2012년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재직하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수감 중)가 남욱 변호사에게 “공사 설립을 도와주면 민간사업자로 선정돼 민관합동으로 대장동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먼저 제의한 사실이 22일 밝혀졌다. 대장동 개발 방식이 확정되기 2년 전부터 유 전 직무대리가 개발 사업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전날 유 전 직무대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수뢰(3억5200만 원) 및 부정처사 후 수뢰 약속(700억 원) 혐의로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 같은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유 전 직무대리는 2012년 당시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장을 통해 2009년부터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했던 남 변호사를 소개받았다. 최 의장은 2013년 2월 시의회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 통과를 주도했으며 같은 해 9월 성남시의 100% 출자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설립됐다.
유 전 직무대리는 조례안이 통과된 한 달 뒤인 2013년 3월 “대장동 개발사업 구획계획도 니네 마음대로 다 해라”라며 “2주 안에 3억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남 변호사는 당시 대장동 사업을 함께 추진하던 정영학 회계사, 정재창 씨로부터 돈을 모아 룸살롱과 일식집 등에서 2013년 4∼8월 총 3억5200만 원의 현금을 유 전 직무대리에게 전달했다.
유 전 직무대리는 2014년 말∼2015년 2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 변호사에게 “민간사업자 선정 등 각종 편의를 봐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남 변호사의 추천을 받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채용한 정민용 변호사를 통해 화천대유가 민간사업자로 선정되도록 했다.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의 사업협약 및 주주협약 등에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졌다. 대장동 개발이익 1822억 원만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돌아가고 나머지 개발이익배당금 4040억 원은 화천대유 측이 갖게 된다는 점을 유 전 직무대리가 당시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지난해 10월 유 전 직무대리는 고액 배당을 받은 김 씨에게 “그동안 도와준 대가를 지급하라”고 요구했고 김 씨는 “기여를 감안해 700억 원 정도를 지급하겠다”고 답했다. 김 씨는 유 전 직무대리와 네 가지 전달 방법을 논의한 뒤 올 2∼4월 700억 원 중에서 세금과 공통 경비를 뺀 428억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검찰은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김 씨를 24일 다시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로 했다.
유동규, 2012년 남욱에 “공사설립 도우면 민관개발 사업권 줄것”
檢공소장에 담긴 대장동 개발 전말
“대장동 개발사업 구획계획도 니네 마음대로, 그리고 다 해라, 원하는 대로. 땅 못 사는 것 있으면 나한테 던져라. 내가 해결해 줄 테니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는 2013년 3월 당시 대장동 민간 개발을 추진 중이던 남욱 변호사에게 이같이 말했다. 남 변호사가 최근 검찰에 제출한 2013∼2014년 녹취파일에는 유 전 직무대리의 목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다고 한다.
지난달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 파일 등은 2019∼2020년 상황이 주로 들어 있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의 녹취파일을 모두 입수한 검찰은 유 전 직무대리와 대장동 개발업자의 오랜 유착 관계를 유 전 직무대리의 A4용지 8장 분량의 공소장에 기재했다고 한다.
○ 공사 조례안 통과 뒤 금품 요구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유 전 직무대리는 2012년 당시 성남시의회 의장을 맡던 최윤길 씨(현 화천대유 부회장)로부터 남 변호사를 소개받았다. 유 전 직무대리는 “공사 설립을 도와주면 민간사업자로 선정한 후 민관합동으로 대장동 개발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게 하겠다”고 제의했다. 2010년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임용된 유 전 직무대리는 2011년 8월부터 대장동 개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운영해 왔다.
대장동 개발 방식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에 재선된 직후인 2014년 확정됐는데 유 전 직무대리는 남 변호사에게 민관합동 방식까지 언급한 것이다. 공교롭게 유 전 직무대리는 2012년 4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을 민관합동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남 변호사는 “협조할 것”이라고 호응했다. 2013년 2월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이 통과된 지 한 달 뒤 유 전 직무대리는 “대장동 개발사업을 니네 마음대로 해라”라는 취지로 남 변호사에게 이야기하면서 “2주 안에 3억 원만 해달라”고 요구했다.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 정재창 씨와 돈을 갹출해 같은 해 4∼8월 서울 강남구의 룸살롱과 일식집 등에서 3억5200만 원을 현금으로 전달했다.
○ 화천대유에 유리한 심사-수익구조 설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2013년 9월 12일 출범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이 본격화됐다. 이 과정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2014년 7월 기존 사업자인 정재창 씨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유 전 직무대리가 2014년 말∼2015년 2월 김 씨와 남 변호사에게 “민간사업자 선정에 각종 편의를 봐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이들의 제안을 실행하기 위해 2014년 11월 공사 내에 ‘전략사업팀’을 신설하고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로부터 각각 추천받은 정민용 변호사와 김민걸 회계사를 신규 채용했다. 이후 성남도시개발공사 실무진이 필요성을 보고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뺀 채 정 변호사를 이용해 공모지침서 작성 및 공고를 하게 하고 민간사업자 선정 심사위원에도 정 변호사를 투입해 편파적인 심사를 진행하게 했다. 특히 2015년 6월 15∼22일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없는 사업협약 및 주주협약을 화천대유와 맺으면서 김 씨 등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사업 구조를 만들었다.
검찰은 유 전 직무대리가 화천대유가 배당금을 통한 수익은 물론이고 수의계약을 통해 취득하는 5개 블록의 택지에서 직접 시행하는 분양수익을 통해서도 막대한 수익을 올릴 것이라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수익을 1822억 원으로 제한하고, 나머지 배당수익(4040억 원)과 5개 블록의 분양 수익(3000억 원 추정)을 모두 화천대유에 돌아가게 했다. 검찰은 유 전 직무대리가 받기로 약속한 700억 원의 뇌물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 “대장동은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땅”
검찰은 유 전 직무대리의 공소장에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해서도 설명했다고 한다. 판교신도시 남쪽에 인접해 위치하고 있는 입지 조건과 판교테크노밸리 사업의 성공 등으로 그 일대에 지속적인 택지 수요가 발생하고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검찰은 “대장동은 분당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면서 향후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경우 막대한 개발이익이 예상되던 지역”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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