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KT의 인터넷망이 갑작스레 ‘먹통’이 된 사건은 인터넷 없이는 일상생활이 힘들어진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환경의 일상화로 통신망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파급력은 더욱 커졌다. 정보기술(IT) 강국을 자부하는 한국의 부실한 통신망 관리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결제·원격수업·금융거래 줄줄이 ‘먹통’
서울 송파구의 한 우동집은 이날 오전 11시30분쯤부터 약 40분간 결제 오류를 겪었다. 피영진 사장(48)은 “주문을 하면 전표가 조리하는 곳으로 넘어와야 하는 구조인데 일부 주문은 넘어오고 일부 주문은 넘어오지 않아서 혼란을 겪었다”며 “일부 손님은 ‘내가 먼저 들어왔는데 왜 다른 사람에게 먼저 음식을 주냐’며 돈을 돌려달라고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수업 대신 비대면 수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학교 현장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교육부는 이날 KT 통신망을 사용하는 12개 시도 교육청 7742개 학교 및 기관에서 원격수업,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 자가진단앱 이용 등에 불편을 겪었다고 밝혔다. 원격수업에 이용되는 e학습터와 온라인클래스 등은 KT 통신망을 통해 접속한 학생 일부가 접속 오류를 겪었다. 중간고사가 진행 중인 대학에서도 온라인 시험 일정이 미뤄지거나 갑작스럽게 휴강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한 거래가 마비되면서 주식 투자자들도 피해를 입었다. 증권사들은 공지사항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접속 장애를 안내했지만 증권사의 민원센터에는 주식 거래를 하지 못해 손실을 봤다는 민원이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날 약 40분가량 KT 통신망을 통한 주식 거래가 중단되면서 9600억 원 상당의 거래가 체결되지 못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개별 고객의 피해액을 환산하기 어려워 피해자들이 증권사를 통해 손실을 보상받을 방법은 마땅치 않다.
● 인재 가능성에 무게…통신망 관리 부실 도마
KT 안팎에서는 국가기간 통신사가 안정적인 통신망 관리라는 가장 중요한 역할에서 또다시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KT는 7월 발간한 ‘ESG 보고서’를 통해 “2018년 아현통신구 화재 이후 통신재난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6개 사업을 진행해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동통신망의 경우 기존 전송로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인터넷 연결이 끊어지지 않도록 우회 경로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사건을 계기로 3년 간 통신사고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고 홍보했지만 전국적인 유·무선 인터넷 장애를 막지 못한 것이다. 신사업에 집중하다가 통신 설비투자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KT 새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100년 통신기업에서 휴먼에러(사람의 실수)로 전국 인터넷 통신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게 지금의 KT 현실임이 서글프게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KT 측은 라우팅 오류 발생 원인이 장비 혹은 장비 관리 전문 업체의 관리 잘못인지, KT 측의 관리 문제인지 등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T에 이용자 피해 현황 파악을 지시했다. 다만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KT 이용약관에 따르면 이동전화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가입 고객이 본인의 책임 없이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접속장애는 대부분 1시간 안팎에 그친다. KT는 우선 사고 원인과 피해 현황을 파악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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