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경증 환자는 재택치료가 원칙… 보건소 과부하 해소 숙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6일 03시 00분


정부, 위드코로나 세부 방안 제시

최근 일주일간 국내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하루 평균 1378명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11월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하루 확진자 수가 2만5000명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정부는 25일 열린 위드 코로나 공청회에서 확진자 급증의 ‘해답’으로 재택치료 확대를 제시했다. 그동안 무증상 및 경증환자를 수용하던 생활치료센터는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늘어날 재택치료 환자를 감당할 시스템 구축과 운영이 위드 코로나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 이제 확진 판정 받으면 재택치료가 원칙


현재 재택치료 대상은 70세 미만이면서 당뇨, 만성 폐질환 등 기저질환이 없는 무증상 및 경증 환자다. 지금은 이 기준에 부합해도 본인이 희망할 때만 재택치료를 받고, 원치 않으면 생활치료센터나 병원으로 이송된다. 25일 현재 재택치료 중인 코로나19 환자가 2124명으로 전체 격리 환자(2만5868명)의 8%에 그치는 이유다.

방역당국은 25일 위드 코로나 공청회에서 재택치료를 선택이 아닌 ‘원칙’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환자가 기숙사나 고시원에 사는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전부 집에서 치료하겠다는 것. 현재 90곳, 약 2만 병상 규모로 운영 중인 생활치료센터는 점차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재택치료 확대를 위해선 의료지원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재택 환자의 건강 모니터링과 약품 및 의료기기 전달, 격리 감시까지 맡고 있는 보건소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경기지역의 한 보건소 감염병대응팀장은 “지금도 수습 공무원과 구청 인력을 끌어모아 운영 중”이라며 “재택 환자가 더 늘어나는 상황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박건희 경기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이날 공청회에서 “보건소 인력 확충이 없다면 일상 회복도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단순한 물품 배달 정도는 ‘퀵서비스’ 등 민간 인력을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 ‘재택치료 중 사망’ 막을 대책 필요

방역당국은 앞으로 고위험군 환자로까지 재택치료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집에서 사망하는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 환자는 본인이 증상을 느끼지 못해도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어 보면 폐렴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며 “60세 이상은 의료시설에서 경과를 관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1일 재택치료 중 사망한 서울 서대문구의 68세 남성도 숨지기 전날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병원에 갔어야 할 환자에게 재택치료를 시킨 게 궁극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도 “지금은 재택치료 확대보다 추가 위중증 병상 확보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향후 먹는 치료제가 도입될 경우 정부는 코로나19 환자도 독감 환자와 마찬가지로 동네 병원에서 진찰받고 약을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앞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0일 국회에서 “코로나19 먹는 치료제는 지금 도입 예정 물량의 10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도입하려는 먹는 치료제 물량이 4만 명분인 만큼 40만 명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중환자실 가동률 80% 넘으면 일시적 방역 강화
모임 인원-식당 영업시간 줄이고 백신패스 적용 확대 등 ‘비상계획’
확산세 안정될 때까지 지속… 전문가 “60%만 넘어도 가동해야”


11월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이 시작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이 나빠지면 ‘서킷브레이커’ 같은 방역 강화가 이뤄진다. 서킷브레이커는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등 또는 급락할 경우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다. 방역 완화 후 확진자 급증에 대비한 비상계획인 셈이다.

25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비상계획 검토 기준은 △중환자실 가동률 80% 초과 △위중증 환자 및 사망자 급증 △의료체계 붕괴 위험 등 3가지다. 지난해 말 3차 유행 당시 ‘병상 대란’ 때처럼 중환자가 병원에 가지 못해 숨지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이는 신규 확진자 규모 대신 위중증 환자 및 사망자 수를 가장 중요한 유행 지표로 삼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상계획이 발동되면 정부의 3단계 방역 완화 계획과 다른 방역 조치를 실시한다. 2단계 시행 중 1단계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더 강력한 별도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백신 패스 적용 시설을 늘려 미접종자의 다중이용시설을 제한하고 사적모임 허용 인원과 식당·카페 이용시간을 축소한다. 요양병원 등 고위험군이 많은 시설의 면회도 줄인다. 병상 여력을 긴급히 확보하기 위해 행정명령을 발동할 수도 있다.

비상계획은 확산세가 안정될 때까지 지속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확산 규모가 차단될 때까지 4주간 운영했다가 유행이 안정되면 다시 기존 계획으로 돌아가는 등의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비상계획 발동 기준이 다소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에선 중환자실 가동률이 80%라면 실제로는 준중환자의 입원 대기 등의 이유로 가용 병상이 0%에 가깝다고 본다. 방역 강화가 위중증 환자 감소로 이어지는 데 3, 4주가 걸리는 게 보통인데, 중환자실 가동률이 80%가 넘은 뒤 비상계획을 발동하면 늦을 수 있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환자실 가동률이 80%가 아닌 60%만 넘어도 ‘예비 경보’를 발동해 바로 방역 강화에 나서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상계획이 실제 발동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명예교수는 “한 번 풀었던 방역을 다시 강화하는 건 매우 어렵다. 방역을 한 번에 확 푸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무증상#경증 환자#재택치료#보건소#위드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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