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숨진 ‘금천구 사고’ 잠정 결론
“스위치 근처 작업자가 작동 유력”
다른 사망자와 함께 발전실서 숨져
서울 금천구 건물 공사 현장에서 벌어진 화재진압용 가스 방출 사고를 수사하는 경찰이 소화 설비가 수동으로 조작돼 이산화탄소가 방출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경찰이 사고 당시 수동 방출 스위치 근처에 머무른 것으로 특정한 현장 작업자 A 씨는 이 사고로 인한 사망자 3명 중 1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서울경찰청은 “소화약재가 수동 조작에 의해 유출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수동 조작함 근처에서 작업 중이던 작업자 A 씨에 의한 조작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 씨 등 사망자 3명은 모두 지하 3층 발전기실 안에서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들의 사망 원인이 이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1차 부검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사고 현장에 설치돼 있던 화재 설비는 작동 시 고농축의 이산화탄소를 살포해 질식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같은 위험 때문에 해당 소화 설비는 방출 직전까지 수차례 경고음이 울리도록 설정되어 있고 수동 방출 스위치 역시 작동자가 누른 직후 피난할 수 있는 장소에 설치해야 한다. 사고 건물의 경우도 방출 스위치는 지하 3층 계단 쪽에 있다고 한다.
경찰은 방출 스위치를 누른 것으로 추정되는 A 씨가 바로 옆 계단으로 대피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발전기실에서 다른 사망자들과 함께 발견된 경위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방출 스위치를 누른 것이 유력한 상황에서 왜 눌렀는지, 누른 것이 맞다면 왜 대피하지 못했는지 등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작업장 내 안전수칙 교육 및 준수 여부, 대피 조치의 적절성 등도 수사할 방침이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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