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판 살인의 추억’ 보육교사 살인 용의자 무죄확정…직접증거 없어

  • 뉴스1
  • 입력 2021년 10월 28일 10시 42분


© News1
© News1
제주의 대표적인 장기미제 사건 중 하나인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유력용의자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으면서 사건이 결국 미제로 남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8일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09년 2월8일, 일주일 전 실종됐던 어린이집 보육교사 이모씨(당시 27)가 애월읍 고내봉 인근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의 옷이 일부 벗겨져 있었고 목이 졸린 흔적이 있는 등 범죄에 연루된 정황을 발견하고, 수사를 통해 곧바로 택시기사 박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박씨가 운전한 택시는 당일 새벽 피해자의 남자친구 집에서 피해자의 집까지 가는 최적 운행경로에 설치된 차량번호판독기를 통과했다. 또 박씨가 사용하던 휴대전화의 통화내역 중 사건 전날과 당일의 통화내역 전체가 삭제돼 있었다.

박씨는 자신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자 교제하고 있던 여성을 시켜 자신의 숙소를 정리하도록 시키고 갑자기 제주도를 떠나 서울, 부산 등에서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채 생활하기도 했다.

경찰은 2월1일 새벽 동창모임에 참석한 후 남자친구를 만나고 나온 피해자 이씨가 근처를 지나던 택시에 탔고, 택시기사 박씨가 성범죄를 시도했으나 이씨의 저항으로 실패하자 이씨를 살해해 유기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씨를 부검한 부검의가 사망시각을 이씨가 발견된 2009년 2월8일 오후 1시50분쯤부터 24시간 이내로 추정하면서 박씨를 대상으로 한 수사는 사실상 중단됐다.

경찰은 이씨가 실종 당일인 1일 사망했다는 전제로 수사를 진행했으나, 부검의 소견은 경찰의 입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갔고 사건은 장기미제로 남았다.

지난 2015년 일명 ‘태완이법’ 이후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됐고, 이를 계기로 제주경찰은 2016년 재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재수사과정에서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이씨가 입었던 무스탕을 돼지와 개에게 동일하게 입혀 동물실험을 진행했고, 그 결과 배수로 등 주변환경의 특수성으로 인해 동물 사체의 온도가 기온보다 낮아졌다 다시 높아지는 이상현상과 부패가 현지히 지연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씨의 사망시각을 2009년 2월1일 실종당시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경찰은 박씨를 구속하고 2019년 1월 기소했다.

그러나 박씨는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2심 법원은 피해자가 박씨가 아닌 제3자가 운전한 차량이나 택시에 탑승했을 가능성을 합리적인 의심 없이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동물실험에 대해서도 “과학적 실험결과에는 오류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으므로, 정확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일정량 이상의 데이터가 수집될 필요가 있다”며 “이 사건 동물실험결과는 단 1회만이 존재하므로 결과값의 정확성을 검증하기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