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내주 첫발… 집단 돌파감염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30일 03시 00분


[내주부터 위드 코로나]
창원 요양병원서 107명 돌파감염… 전문가 “부스터샷 서둘러야” 지적
1일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 시작… 수도권 10명-비수도권 12명 허용

28일 경남 창원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3명이 나왔다. 이어 환자와 종사자 등 554명이 검사를 받았다. 29일까지 확인된 감염자는 121명이다. 확진자 중 107명(88.5%)은 5, 6월 백신을 모두 맞은 접종 완료자다. 백신이라는 ‘방패’가 집단감염을 막지 못한 것이다.

29일 0시 기준 국내 접종 완료율은 73.2%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처럼 감염 취약 시설을 중심으로 접종 완료자의 ‘돌파감염’이 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돌파감염 추정 사례는 접종 완료자의 0.074%(1만9954명)다.

하지만 고위험군에서 주로 발생한 탓에 전체 코로나19 사망자 중 접종 완료자 비율이 30%에 육박하고 있다. 다음 달 1일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이 시작되면 사람 간 접촉이 늘면서 일상생활에서도 돌파감염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 안착 과정의 ‘복병’ 중 하나로 돌파감염을 꼽는다. 방역 완화로 이동량은 갈수록 늘어나고 동시에 백신 효과는 갈수록 떨어지는 탓이다. 실내 활동이 늘어나는 겨울철에 돌파감염이 폭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추가접종(부스터샷)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정부의 지침은 면역 저하자와 얀센 접종자 외에는 접종 완료 후 6개월이 지나야 부스터샷 접종 대상이 된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접종 후 4개월이 지나면 ‘델타 변이’에 대한 방어력이 50% 이하로 떨어진다는 연구가 나온다. 6개월을 기다리지 말고 4개월째부터는 부스터샷을 접종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29일 위드 코로나 1단계 이행 계획을 확정했다. 다음 달부터 수도권은 10명, 비수도권은 12명까지 모임이 가능하다. 접종 구분은 없다. 다만 식당과 카페에서 미접종자는 최대 4명까지 모일 수 있다.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등의 다중이용시설은 영업시간 제한이 없어진다. 하지만 접종증명서 또는 유전자증폭(PCR)검사 음성확인서를 지참한 사람만 이용 가능한 ‘방역 패스’가 적용된다.

위드 코로나 1단계는 정확히 11월 1일 오전 5시에 시작된다. 최근 확진자가 다시 증가세로 바뀐 데다 핼러윈데이(10월 31일)로 인한 확산 위험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방역 상황이 안전해서 일상 회복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예전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안전하고 더 나은 일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돌파감염 사망자 한달새 4배… “고위험자 부스터샷 앞당겨야”

돌파감염 잡아야 위드 코로나 순항


11월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시작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치고도 확진 판정을 받는 사람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아직은 요양병원 등 감염 취약시설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일상 속에서도 조금씩 ‘돌파감염’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위드 코로나 이후 방역 완화가 돌파감염 확산의 원인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위드 코로나의 ‘복병’, 돌파감염


2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중 돌파감염 비율은 10월 2주 차 기준 33.5%까지 늘었다. 8월 4주 차(6.7%)의 5배, 9월 4주 차(20.9%)의 1.6배 가까이로 급증한 것이다. 올해 2월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 이후 약 8개월이 지나면서 예방 효과가 떨어진 것이 돌파감염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위드 코로나 전환 후 돌파감염이 코로나19 전파의 주요 감염경로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영국 임피리얼 칼리지 연구진에 따르면 백신 접종 완료자들이 미접종 가족원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할 확률은 38%에 달한다. 가족들이 2차 접종까지 완료했더라도 25% 확률로 감염될 수 있다. 임피리얼 칼리지의 아지트 랄바니 교수는 “2차 백신을 맞은 지 불과 3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백신 효과가 줄어든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며 “감염을 차단하려면 접종 완료자들이 부스터샷을 신속하게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 돌파감염 후 사망도 증가


전체 돌파감염이 늘면서 사망 사례도 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부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 돌파감염 사망자는 31명으로 9월 주평균(7.2명)의 4배를 넘겼다. 6, 7월만 해도 거의 발생하지 않던 백신 접종 완료자의 사망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접종 완료 후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까지 이른 사람들은 초기인 2∼3월에 백신을 맞아 이미 6개월이 넘은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일반인과 달리 고령층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돌파감염이 발생했을 때 증상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부스터샷 접종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굳이 또 접종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진 분들이 많은데, 부스터샷을 믿고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위험군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부스터샷의 경우 접종 완료 6개월 후부터 추가 접종하는 원칙도 수정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엄 교수는 “델타 변이로 백신의 예방 효과가 최소 20∼30% 낮아졌다. 6개월을 넘기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 미국도 돌파감염에 비상

우리보다 먼저 ‘위드 코로나’에 돌입한 주요국에서도 돌파감염이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달 11∼18일 사이 미국의 돌파감염 사망자는 7178명에서 1만857명으로 51% 급증했다. 특히 80세 이상의 고령층에서 돌파감염은 더 치명적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접종 완료자 중 80세 이상인 경우 50세 미만의 백신 미접종자보다 더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고 전했다. 18일 84세로 별세한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도 2차 접종을 완료했음에도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난 돌파감염 사례였다. 20일에는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미국 국토안보장관이 백신 접종을 모두 완료했지만 돌파감염됐다.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65세 미만 성인 가운데 돌파감염이 잇따르자 부스터샷 대상자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추가 접종 대상자는 2차 접종을 완료한 65세 이상 고령자와 얀센 백신을 맞은 지 최소 2개월이 지난 18세 이상 등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 연령대를 40세 이상 성인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의 4차 접종 방침까지도 밝혔다.

#위드 코로나#돌파감염#부스터샷#단계적 일상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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