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이 30일 엄수된 국가장(國家葬) 영결식을 끝으로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고인의 마지막 길엔 88서울올림픽의 공식 주제가인 ‘손에 손잡고’가 울려 퍼졌다.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은 이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렸다.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88년에 개최된 88서울올림픽을 기념한 곳이다.
영결식에 앞서 노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노제(路祭)가 조촐하게 치러졌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옥숙 여사와 아들 재헌 씨, 딸 소영 씨 등이 참석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함께했다.
노제가 끝나고 운구 행렬은 영결식이 열린 평화의광장으로 향했다. 국가장 장례위원장인 김부겸 국무총리, 장례 집행위원장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등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약속된 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시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세워진 울타리 너머에서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국가장을 반대했던 일부 시민들이 시위를 하기도 했지만, 큰 충돌이 발생하진 않았다.
김 총리는 영결식에서 조사를 통해 “오늘의 영결식은 고인을 애도하는 자리이자 새로운 역사, 진실의 역사, 화해와 통합의 역사로 가는 성찰의 자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임 시에 보여주신 많은 공적보다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고인이 유언을 통해 국민들께 과거의 잘못에 대한 사죄와 용서의 뜻을 밝힌 것”이라고 했다.
다만 김 총리는 “우리 현대사에서 지울 수 없는 큰 과오를 저지른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며 “고인께서 병중에 들기 전에 직접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만나 사죄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도 남는다”고 했다.
노태우 정권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노재봉 전 총리는 “벅차오르는 슬픔을 가눌 길이 없다”며 “통치의 도덕성은 절제에 있다는 것을 각하의 통치 행위에서 절실히 깨닫는다”고 했다.
추모사가 끝난 뒤 고인의 명복을 비는 종교 의식이 치러졌다.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추모영상도 상영됐다.
이후 김 여사와 재헌 씨, 소영 씨가 헌화와 분향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여사는 눈물을 보였다. 김 총리, 이 대표 등도 차례로 헌화했다.
가수 인순이 씨와 테너 임웅균 씨는 88서울올림픽의 공식 주제가인 ‘손에 손잡고’를 부르며 추도했다.
영결식이 끝난 뒤 운구 행렬은 화장을 위해 서울추모공원으로 향했다. 고인의 유해는 경기도 파주 검단사에 임시로 안치됐다가 장지가 마련되면 파주 통일동산에 안장된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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