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시작을 하루 앞둔 31일 0시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2061명이었다. 나흘 연속 2000명대 확진자가 나왔다. 위드 코로나가 본격 시행되면 사람 간 접촉과 이동이 늘면서 확진자는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월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방역의 최전선을 지킨 ‘코로나 전사’들은 아무래도 기대보다 걱정이 더 크다. 이들은 어렵게 지켜온 방역 전선이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도록 “긴장의 고삐를 한 번 더 조여야 할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 기대와 우려 속에 ‘코로나와 함께 살기’
31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10월 25∼31일) 동안 일평균 확진자는 1830명으로 직전 일주일(1358명)보다 34.7%가량 증가했다. 방역을 일부 완화한 ‘마지막 거리 두기’(10월 18∼31일)의 영향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위드 코로나의 시험단계 성격으로 8인 사적 모임 등을 허용했는데, 2주 만에 확진자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방역당국은 상황이 악화하면 조만간 5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면적이 아니라 단계적인 일상 회복인 걸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위드 코로나는 경제적 피해 대신 코로나19 피해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이 피해가 다시 커지면 경제적 피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말 분위기는 마치 일상 회복의 끝자락을 연상케 한다. 핼러윈데이를 하루 앞둔 30일 전국 대도시 유흥가마다 사람들이 몰렸다. 서울 이태원 등지는 식당 등의 영업시간이 끝난 오후 10시 이후에도 좀처럼 인파가 줄지 않았다. 주말 ‘반값 한우’ 행사가 열린 대형마트도 밀려든 소비자들로 인산인해였다. 서울 강남의 일부 클럽은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는 1일 오전 5시 영업 재개를 홍보하고 있다. 연말연시 각종 송년회와 신년회 등도 복병이다. 당장 1일부터 수도권은 10명, 비수도권은 12명까지 모임이 가능해지고 유흥시설을 제외한 모든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도 없어진다.
○ 모임→가족→지역사회, ‘감염 악순환’ 우려
지인 모임이 가족 간 감염으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우려된다. 영국 임피리얼 칼리지 연구에 따르면 백신 접종 완료자들이 미접종 가족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할 확률은 38%에 달한다. 가족들이 2차 접종까지 완료했더라도 감염 확률은 25%나 됐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접종 완료자가 모임을 가진 뒤 귀가해 고령자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면 고령자는 중증으로 악화되거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가능하면 연말연시 모임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드 코로나 전환 시점이 겨울이라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실내 활동이 크게 늘어나며 감염 위험도 커진다.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의료체계에 과부하가 걸리면 호흡기 또는 응급외상 등 비(非)코로나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김영환 국립중앙의료원 외상센터장은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보다 아직 불안감이 좀 더 크다”며 “모임 후 음주운전 및 사고로 인해 외상환자, 응급환자가 많아지면서 응급실 진료 환경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 “백신은 1차 방어선, 마스크는 끝까지”
안정적인 위드 코로나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남은 숙제 중 하나는 백신 접종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다. 31일 0시 기준 접종 완료율은 75.3%다. 약 1021만 명은 여전히 미접종 상태다. 2년째 코로나19 중환자 병동에서 근무 중인 조안나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는 백신을 ‘1차 방어선’이라고 표현하며 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씨는 “아직 접종을 안 한 분들은 보험에 든다고 생각하고 접종에 동참해 달라”며 “백신을 맞은 사람도 돌파감염 등 우려가 있기에 한동안은 안심하지 말고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 달라”고 말했다.
의료진과 방역 인력들은 한목소리로 마스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유럽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등 거리 두기가 상대적으로 강화된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영국 등 여타 국가들에 비해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안정적인 편이다. 김창현 서울 영등포구 예방접종센터 운영 담당자는 “마스크 착용은 마지막까지 다함께 지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아프면 빨리 검사를 받는다는 원칙도 위드 코로나 시대엔 일상처럼 자리 잡아야 한다. 임민아 경북도 역학조사관은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계속 학교나 직장에 나가는 사람과 재빨리 검사를 받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사람은 (전파 범위 등에)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신환 서울 성동구 재택치료 담당자는 “재택치료를 받는 확진자들은 몸에 생기는 작은 변화라도 놓치지 말고 보건소 등 방역당국에 알려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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