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사들의 ‘일상 회복’은 아직…우리가 할 일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일 14시 53분


일상 반납한 방역-의료진 “장기전이 시작됐다”
백신접종, 마스크 착용, 빠른 검사 당부
연말 모임 절주(節酒)도 부탁
재택치료 중에 아프면 ‘바로 연락’

《‘사회적 거리 두기’가 끝나고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이 시작됐다. “장기전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진과 공무원이다. 의료·방역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5명에게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기꺼이 포기한 일상을 묻고, 앞으로 우리가 꼭 지켜야할 점을 들어봤다.》

코로나19 중환자 병동에서 근무하는 조안나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에게는 두 돌을 앞둔 아이가 있다. 조 간호사는 “딸이 크면 코로나19 이야기를 많이 들려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때 왜 엄마가 곁에 있지 못했는지, 어째서 일터를 지켜야 했는지 말해주고 싶다고 한다.

조 간호사는 2019년 11월에 아이를 낳고 바로 의료현장으로 복귀했다. 중환자 치료에 숙련된 의료진은 국내에 많지 않아 빈 자리가 생기면 공백이 커 동료들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지난해 2월 조 간호사 복귀 직후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중환자가 발생했다. 조 간호사는 지금까지 코로나19 중환자를 보고 있다.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음압격리병동에서 근무를 앞둔 간호사가 동료의 방호구 착용을 도와주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음압격리병동에서 근무를 앞둔 간호사가 동료의 방호구 착용을 도와주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조 간호사는 많이 지쳤지만 주변에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가장 큰 걱정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가 받을지 모르는 불이익이다. 누구보다 엄격하게 감염 관리를 하는 중환자실 의료진들이지만 “엄마가 코로나19 환자를 보는데 아이가 등원해도 안전할지 걱정된다”는 어린이집·학교 학부모들의 걱정 섞인 말을 들어본 선배 간호사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는 “아이에게 미안하지만 동료들과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뎌내고 있다”고 말했다.

조 간호사처럼 일상과 코로나19 대응을 맞바꾼 채 방역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이들은 “경각심을 잃지 말아달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위드 코로나로 확진자가 갑작스럽게 늘어난다면 의료·방역 대응 체계에 과부하가 걸린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몇 가지 수칙은 꼭 지킬 것을 당부했다.


‘일상 회복’이 멈추지 않기 위해선
임민아 경북도청 역학조사관은 전국에서 7번째로 질병관리청 역학조사관 전문 과정을 수료한 베테랑이자 19년차 간호사다. 그런 그도 역학조사에 행정 업무까지하며 주 7일을 일했다. “엄마 꼭 일을 해야 해?”라고 묻는 5살, 9살 두 딸의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다. 올 4월 마침내 직원이 충원되고 나서야 휴일이 하루 생겼다.

확진자가 늘면 임 역학조사관의 업무도 늘어난다. 역학조사관의 일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방법은 두 가지다. 마스크 착용과 선제 검사다. 임 역학조사관은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계속 학교나 직장에 나가는 사람과 재빨리 검사를 받는 사람은 (전파 범위 등에)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영환 국립중앙의료원 외상센터장은 응급·외상 환자 치료 전문가다. 위드코로나를 앞두고 아직은 기대감보다 불안감이 더 크다. 코로나19 이후 응급·외상 환자 치료 환경 자체가 어려워진데다, 오랜만에 열린 술자리가 자칫 음주운전이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코로나19로 외상환자가 갈 수 있는 병원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숨을 쉬지 못하는 외상 환자에게 기도 삽관을 했는데, 환자가 코로나19 확진자로 확인된 것이다. 김 센터장은 “외상외과 의사가 많지 않다. 내가 감염되면 센터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는 생각에 두려웠다”고 회상했다. 감염 자체에 대한 두려움은 그 다음이었다. 다행히 추가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운영 종료하는 접종센터, 이제 시작인 재택치료
서울 영등포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 운영을 총괄한 김창현 주무관은 1일 접종센터로 출근했다. 올 4월에 개소한 예방접종센터는 지난달 28일 운영을 종료했지만 뒷정리는 이제 시작이다. 이날은 지난 200일 동안 화이자 백신을 보관해온 초저온 냉장고의 전원을 끄고 보건소로 옮겼다. 예방접종센터를 나서면서 곳곳이 눈에 밟혔다. 이곳에서 김 주무관은 모더나 백신 수급 위기를 넘겼고, 접종 받으러 온 부모님을 멀찍이서 지켜보기도 했다. 국내 접종 완료율은 1일 0시 기준 75.3%, 예방접종센터의 역할은 위탁의료기관(동네 병의원)으로 이관되는 중이다. 김 주무관은 “방역이 완화됐다고 너무 마음 놓지 말고 마스크를 잘 쓰고 건강하게 지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성동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철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
 4월 1일 서울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성동구 예방접종센터는 지난달 30일 임무를 마치고 운영을 종료했다. 개소 212일 
만이다. 뉴시스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성동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철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 4월 1일 서울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성동구 예방접종센터는 지난달 30일 임무를 마치고 운영을 종료했다. 개소 212일 만이다. 뉴시스
무증상·경증 확진자 치료 방식도 대폭 바뀐다.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는 대신 70세 미만이고 입원 요인이 없는 무증상·경증 환자는 재택치료 대상이 된다. 7월부터 생활치료센터 운영 총괄을 맡아 무증상·경증 확진자 지원 경험이 풍부한 서울 성동구 생활안전팀 문신환 팀장(53)은 지난달부터 재택치료 전담팀까지 맡고 있다.

재택치료 준비의 핵심은 ‘방역 체계의 이음새를 잘 메우는 것’이다. 그는 “공백 없이 24간 운영되고, 응급 이송은 빠르게 이뤄지게끔 준비했다”며 “몸에 생기는 작은 증상을 놓치지 말고 꼭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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