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처럼 찾아온 소율이… 3명에 새 삶 선물하고 떠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2일 14시 16분


출처 : 동아일보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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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율이는 놀이터만 가면 2, 3시간씩 뛰어다닐 정도로 활동적이었다. 그네를 타면 까르르 웃던 명랑한 아이였다. 발레리나 영상을 보면 곧잘 따라해, 부모는 소율이를 발레리나로 키우려고 했다. 그런 소율이는 지난달 ‘하늘의 별’이 되면서 3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전소율 양(5·사진)이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심장과 좌우 신장을 기증한 뒤 세상을 떠났다고 2일 밝혔다.

소율이는 불임 판정을 받았던 엄마 아빠에게 마치 선물처럼 찾아온 아이였다. 2년 전,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키즈카페 샤워 시설을 이용하던 중 물에 빠졌다. 이후 뇌 기능이 크게 손상되면서 2년 동안 투병 생활을 했다.

투병 내내 코로 연결된 줄을 통해 음식물을 섭취했던 소율이는 지난달 22일 위에 직접 영양 공급을 하는 튜브 연결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수술을 불과 3일 남긴 19일 갑자기 심정지가 찾아왔다. 이후 뇌의 기능이 멈추면서 뇌사 판정을 받았다.

사실 이미 6개월 전, 소율이 가족에게는 한 번의 시련이 더 있었다. 암으로 투병하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아픈 아내와 딸을 함께 돌보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소율이 아버지 전기섭 씨(43)는 연거푸 무너져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전 씨는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중증 장애아를 위한 복지 서비스가 너무 열악해 답답했다고 한다. 다행히 전 씨가 근무하던 회사의 배려 덕에 그나마 직장을 잃지 않고 일하면서 가족을 돌볼 수 있었다.

“소율이가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의사의 얘기를 듣고 이대로 한 줌의 재가 되는 것보다는, 심장을 기증해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심장을 이식받은 아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소율이의 심장도 살아 있는 거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많은 위안이 됩니다.” (전기섭 씨)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최근 계속되는 어린이들의 기증에 마음 한 켠이 무겁다”며 “소율이 이야기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구제할 제도 마련도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원장은 이어 “어려운 와중에도 기증을 결정한 소율이 부모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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