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결국 한달 만에 ‘위드코로나’를 중단했다. 우리나라 역시 전날(1일) 위드코로나 시행 후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대로 올라오면서, 위드코로나 지속 여부, 의료대응체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휴고 드 용헤 네덜란드 보건장관은 “코로나19 관련 입원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해 새로운 방역조치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며 “전날 네덜란드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7700명이며, 이는 직전 주에 비해 45% 증가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가 지난 9월25일 위드코로나를 시행할 당시 일일 확진자 수가 1000명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약 한 달만에 7배 정도 늘어난 셈이다.
문제는 국내 확진자 발생 상황도 위드코로나를 먼저 시작한 네덜란드, 영국, 이스라엘, 싱가포르와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당국은 구체적인 숫자는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이날 약 2000명대의 확진자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오전 백브리핑에서 “확진자가 1578명 발생했는데 일주일 평균으로 일일 1929.1명이다”며 “2일에는 검사량 감소로 신규 확진자가 낮게 나왔지만, 오는 3일에는 검사량이 다시 늘어 이 추이 이상은 나올 거라고 예측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접종완료율·방역체계, 국내와 유사”…접종률 올려야
위드코로나를 한 달 만에 중단한 네덜란드의 백신 접종완료자 수, 방역체계 등이 우리나라와 유사하다는 점이다. 전날 네덜란드 보건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완전히 맞은 비중은 성인 인구의 84%로, 국내 18세 이상 성인인구 접종완료률인 87.9%와 비교해도 격차가 크지 않다.
네덜란드 역시 지난 9월25일부터 우리나라의 ‘방역패스’와 유사한 ‘코로나패스’를 도입해 운영해왔다. 네덜란드 역시 코로나패스 도입 당시 반발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확진자가 급증하자 코로나패스를 적용하는 다중시설을 더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코로나패스란 백신 접종 내역이나 PCR(유전자증폭 검사) 음성 결과 증명서가 있어야만 식당, 문화 행사, 술집 등을 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대다수가 백신 미접종자인 점을 고려한다면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6월부터 위드코로나를 시작한 이스라엘은 9월까지 하루 1만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추가접종(부스터샷)을 도입한 후 한 달 만에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00명대로 급감했다.
반면 지난 7월 위드코로나를 시작한 영국은 하루 평균 4만명에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영국의 백신접종완료률은 66%로, 4개월 동안 약 10%p(포인트) 정도 밖에 오르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는 “최근 3~6개월 내에 코로나19에 한 번 감염이 된 사람들과 백신 접종완료자를 비교한 결과, 한 번 감염된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 5.49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며 “12세 이상의 모든 사람들은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받아야한다”고 조언했다.
방역당국 또한 이날 오전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백신 미접종자들에 대한 백신 접종과 부스터샷 접종을 독려했다.
손영래 반장은 “우리나라는 1차 접종은 받고 2차는 안 받는 이탈률이 워낙 작기 때문에 18세 이상도 2차 접종률이 92%는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인구가 많은 나라라 5000만명 중 10%가 안 받아도 500만명이며, 그 중 8%면 420만~430만명으로 어지간한 도시 하나 규모”라고 말했다.
이어 “8% 미접종자는 아마 백신에 대한 불신감, 부작용 불안감으로 접종하지 않은 것 같다”며 “과학적 근거를 보여주고 접종을 받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국 “‘위드코로나’ 이전으로 후퇴없을 것”…의료대응체계 수립은 ‘아직’
방역당국은 현 코로나19 발생 상황은 안정적이며, 만약 확산세가 커져도 ‘위드코로나’ 이전으로 후퇴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반면 전문가들은 먼저 의료역량을 키운 후 확진자 급증에 대비해야하며, 준비없이 위드코로나를 강행하게 될 경우 의료체계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손 반장은 “전체적으로는 유행은 안정적”이라며 “현재 중환자 병상은 597병상, 즉 전체의 54.1% 가용 상태다. 감염병전담병원 48%, 생활치료센터 55.4%가 여력이 있어 의료체계는 계속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행 의료체계를 고려하면 하루 5000명의 확진자까지는 감당할 수 있지만, 1만여명을 돌파할 경우 의료체계가 마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병상 확보 방안, 병상 운영 방식, 의료체계 개선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학 교수는 “환자 수가 급증해서 의료역량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단계적 일상회복이 한동안 중단될 수 있다”며 “의료전달체계를 복구하고 충분한 의료역량을 준비하는 것이 그런 상황에 이르는 것을 막거나 지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백신 접종을 적극적으로 맞고, 마스크 착용을 잘하면 전체 환자나 중증 환자 발생을 줄여 단계적 일상회복을 유지하는 힘이 될 수 있다”며 “일일 신규 확진자를 기준으로 하면 최소 1만명, 가능하면 2~3만명도 감당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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