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령층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심상치 않다. 60세 이상 확진자 수가 다시 늘고 있는 것이다. 사망에 이르는 비율(치명률) 역시 국내에서 대규모 백신 접종이 시작된 4월 이전 수준까지 되돌아갔다. 가장 먼저 백신을 맞은 고령층에서 면역효과가 떨어진 탓으로 보인다. 고령층 추가접종(부스터샷)을 서두르지 않으면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 고령 확진자, 처음으로 하루 400명 넘어
2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주(10월 24∼30일) 하루 평균 60세 이상 확진자는 420명으로 4주 전(355명)보다 18.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확진자 수가 2518명에서 1716명으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에서 주간 일평균 기준으로 고령 확진자가 400명 넘게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60세 이상은 코로나19에 걸리면 위중증으로 악화돼 사망에 이를 위험이 젊은층보다 높다. 그나마 60세 이상은 백신 접종 완료율이 91.2%로 높아 위중증 위험을 줄일 수 있었는데 최근엔 그 효과마저 떨어지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방대본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은 올 1월 1.39%에서 6월 0.34%까지 낮아졌다. 그런데 지난달 들어 이 수치가 0.58%로 다시 높아졌다. 80대(13.27%)와 70대(4.11%), 60대(1.1%)의 치명률이 모두 백신 접종이 이뤄지기 전 수준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결국 백신 접종이 빨랐던 고령층은 접종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백신의 효과가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5주간 사망자 389명 중 돌파감염(접종완료 후 확진) 사례는 24.4%였다. 7월엔 이 비율이 2.9%에 불과했다.
○ ‘돌파감염 사망’ 막을 부스터샷 서둘러야
백신을 한 차례도 맞지 않은 60세 이상 인구가 아직 93만 명(2일 0시 기준)에 이르는 것도 부담이다. 등교 수업으로 청소년 확진자가 늘어날 경우 가족 내 전파를 통해 이들 미접종 고령층의 감염이 늘 수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1일까지 하루 평균 학생 확진자 수가 297명으로 코로나19 유행 시작 이후 가장 많았다. 코로나19 치명률을 분석한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조부모가 어린 손자를 자주 돌보는 한국 특성상 고령층 보호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위드 코로나가 고령층 확진자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방역당국은 10월 말 핼러윈데이 때 곳곳에 인파가 몰리면서 다음 주 확진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 5∼7일 후 중증으로 진행하는 점을 고려하면 곧 중환자실 여유 병상이 부족해질 수 있다”며 “접종 완료 후 6개월인 부스터샷 간격을 단축하고 중환자 병상도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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