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과 감염병 전문가 모두 일상회복, 위드코로나의 기대감으로 당분간 코로나19 확진자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4일 진단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루 확진자가 이번주 2000명대 중반을 유지하다 이달 내 3000명, 5000명을 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1주간(10월 28일~11월 3일) 하루 평균 국내 발생 확진자는 2030.4명으로 직전 주(10월 21~27일) 1439명보다 591.4명(41.1%) 늘어났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2667명으로, 전날 1589명보다 1078명 늘면서 역대 네 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당국과 전문가들은 지난달 18일부터 일상회복 준비에 맞춰 방역을 완화한 영향이 나타난 것으로 봤다.
당국은 국민이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접종률이 오르면 어느 순간 안정세에 돌아설 것으로 낙관했지만 전문가들은 방역·의료가 확산세를 감당할 수 있도록 빨리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안하다는 의미로 “고삐를 놓으면 안 될 때”라고 주장했다.
◇다음 주 중 하루 확진자 3000명~5000명…정부 “균형점 찾을 것”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급격한 확진자 증가 폭에 대해 “사회적 접촉이 늘고 있어 확진자 증가는 피할 수 없다. 억눌렸던 사회적 접촉과 국민의 방역 준수 그리고 접종률이 언제 균형을 이룰지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통령 중앙방역대책본부 총괄조정팀장도 백브리핑(덧보고)에서 “거리두기 완화 이후 이동량 지표가 높다. 사회활동이 확진자 급증에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일상회복 기대감과 함께 이동량은 크게 늘었다. 지난달 25~31일 휴대전화 이동량은 2억4897만건으로 직전 주(18~24일) 이동량 2억4364만건보다 2.2% 늘었고 2주 전보다 6% 증가했다.
확진자가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보여주는 감염 재생산지수(Rt)는 지난주 전국 1.06이었고, 고속도로 통행량은 1.5%, 신용카드 매출액도 6.2% 증가하는 등 관련 지표가 모두 상승했다. 아울러 당국은 초기 접종 완료자들의 면역효과가 떨어졌고, 겨울로 접어드는 등 복합적 요인들로 확진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현재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일 확진자 한계치는 ‘5000명’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조만간 “3000~5000명 발생할 것”이라며 일제히 우려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에 따르면 5000명을 우리 의료체계가 받쳐줄 수 있다고 하는데, 지금 속도면 4000~5000명 훨씬 넘는다”며 “긴장감이 금세 풀렸는데 이번 연말연시가 고비다. 정부가 국민에 방역의 책임을 전해야 한다. 이러다 위드 코로나는 중간에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감염재생산지수가) 1.2로만 올라가도 확진자가 다음주 3500명, 그다음 주는 5000명, 그다음 주 7500명 이상 나온다”고 했고 백순영 가톨릭의대 명예교수 역시 “이번주 지나 다음주면 5000명 발생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방역·의료가 5000명을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당국은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다 일정시점 이후 확산세가 안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이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예방 접종률이 오른다면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손 반장은 “해외 사례를 봐도 지속해서 확진자 규모가 늘면서 결국 완화의 방향을 중단하거나 후퇴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 정도 증가한 이후 균형점을 찾아 더 이상 유행 규모가 증가하지 않거나 소폭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는 국가가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이 설명한 이 ‘균형점’은 “확진자 수가 최고를 기록한 이래, 많이 증가하지 않는 시점”으로 확인됐다. 정통령 팀장은 “지난 유행을 보면 확진자 수가 최고로 많다가 감소해 일정 수준을 유지하다 다시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는 시점이 온다”고 설명했다.
◇확진자 5000명 발생 시 중환자 750명…전문가 “버틸준비 안돼”
당국은 일상회복 전환을 위해서는 총 확진자 숫자만 주목하기보다, 고령층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규모 관리도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설명하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위중증 환자는 378명이고, 신규 사망자는 18명이다. 중증이환율은 1.5~2% 수준을 유지 중이다.
손 반장은 “현재까지는 의료체계의 여력이 안정적인데, 앞으로 추이가 중요할 것이라고 보고 고령층과 미접종자 확진자를 최소화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위중증 환자가 종전부터 늘고 있는데,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순영 교수는 “중증화율 1.5%면 하루 확진자 3000명에 45명, 하루 확진자 5000명에 중환자 75명이다. 확진자 폭증 상황을 의료체계가 대비해놨는지 걱정”이라며 “지난달 사망자는 361명으로 올해 1월 500명 이상이 숨졌을 때 이후로 많았다. 지금은 위중한 상태를 이어간 사망자가 계속 발생해 위중증 환자 수가 유지된 셈이다. 준비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고 했다.
정부는 병상 가동률이 75%를 넘길 때 일상회복 전환을 중단하는 비상 체계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위중증 환자가 늘 가능성을 따지며 병상과 인력을 확보해놓고 위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1일 오후 5시 기준 중환자 전담치료 병상은 1111병상으로, 이 가운데 46.1%가 가동 중이다. 준중환자 병상은 총 455병상이 있는데 58.9% 가동되고 있다. 감염병전담병원은 총 1만56병상 중 53.4% 가동률을 보였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 교실 교수는 “절대적인 숫자를 늘리지 않으면 병상은 계속 찰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확보하고 유지하는 역량이 단계적 일상회복의 핵심이다. 의료진의 피로를 고려하며 의료체계 운영 효율화를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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