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다툼 끝에 여자친구의 머리 등을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4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안동범)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31)의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 씨는 손을 벌벌 떨며 울먹이는 표정을 짓는 등 긴장한 모습으로 법정에 섰다. 이 씨가 신상정보 확인 과정에서 입을 열자 방청석에 앉아있던 유족들이 “크게 얘기해”, “안 들려요”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검찰은 정신을 잃고 쓰러진 피해 여성 황예진 씨(25)를 수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는 이 씨의 구체적인 혐의들을 하나하나 나열했다. 앞서 황 씨는 지난 7월 자신이 살던 오피스텔에서 남자친구였던 이 씨에게 머리 등 신체를 여러 차례 맞은 뒤 의식을 잃고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같은 해 8월 17일 끝내 숨졌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 7월 연인 관계인 황 씨의 주거지에서 말다툼 도중 황 씨를 침대 위로 밀어 넘어뜨렸다. 이후 황 씨가 자리를 뜨려는 이 씨를 쫓아가 머리채를 잡자 화가 난 이 씨는 황 씨를 벽으로 세게 밀어 몸과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게 했다. 황 씨의 복부와 어깨 등을 10여 차례 밀면서 머리 등이 유리 벽에 수차례 부딪히게 했고, 이 씨는 황 씨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음에도 몸 위에 올라타 위에서 아래로 누르는 방식 등으로 폭행했다.
이 씨는 쓰러진 황 씨를 내버려 두고 자신의 차 열쇠를 찾아 차량으로 향하던 중 황 씨가 다시 쫓아와 머리를 때리자 격분해 황 씨를 폭행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주민이 나타나자 황 씨를 다시 오피스텔 1층으로 데려갔고, 황 씨가 자신을 때릴 것처럼 행동하자 다시 벽으로 강하게 밀어낸 뒤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방치했다.
이에 이 씨 측 변호인은 혐의를 인정하며 “피해자 측 변호인을 통해서라도 사죄 의사를 전하려고 시도 중이다. 얼마든지 100번이라도 사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피해자 측과) 합의할 의사가 당연히 있다. 피해자 유족의 인적사항도 모르고 접근이 어려웠기 때문에 시도할 처지가 못 됐다”고 했다. 국민참여재판에 대해선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재판은 20여 분간 진행됐다. 법정에서는 유족들의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씨가 법정을 빠져나갈 땐 비속어와 함께 “사형해야 한다”는 고성이 방청석에서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 씨 측 변호인은 이날 공판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혐의를 전부 인정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