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습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인한 지 불과 1년 만입니다. 그 후 기후 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지지부진했습니다.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했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파리협약은 195개 당사국 모두에 구속력 있는 첫 기후 합의입니다. 지구의 평균 온도를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원칙을 담고 있습니다.
모처럼 세계의 정상들이 기후변화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특별정상회가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막됐습니다.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1일(현지 시간) 개막 연설을 통해 “지구 종말 시계는 자정 1분 전이며, 우리는 지금 행동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COP26은 기후변화에 맞서 197개국이 모여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입니다. 2일까지 이틀간 열린 특별정상회의에는 130여 개국 정상들이 참석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리는 지금 우리 무덤을 파고 있다. 이제 ‘더는 안 된다’고 말할 때다”라고 역설했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세계 정상들에게 “우리 아이들을 위해 행동하라. 미래 세대의 요구에 응답한 지도자들로 역사에 남아 달라”고 촉구하는 영상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우리나라 문재인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올려 잡아 2018년 대비 40% 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하겠고 선언했습니다. 제조업이 많은 우리 경제 현실에서 과속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문 대통령은 메탄 감축을 위한 서약에도 가입할 것이며, 남북한 산림 협력으로 한반도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의지를 보였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은 “전임 행정부가 파리협약에서 탈퇴한 데 대해 사과한다”면서 “망설이거나 논쟁할 시간이 없다. 우리가 이 기회를 붙잡는 데 실패하면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전임자의 결정이나 정책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한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파리협약 탈퇴로 우리는 난관에 처했다”며 미국의 탈퇴가 국제사회의 대응을 늦췄음을 인정했습니다. 그는 미국은 기후변화 대응에서 모범을 보일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2050년까지 넷 제로(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를 달성하겠다고 말했습니다. 2030년까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52%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 주요국이 불참한 것은 아쉽습니다. 이들 국가의 입장은 선진국과 다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서면 메시지에서 선진국의 더 큰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탄소중립 목표 시기를 20년이나 늦춰 2070년으로 제시했습니다.
기후 위기 해결 전선에 미국이 돌아온 것은 다행입니다. 하지만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입장 차를 조정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문제는 지구가 견뎌낼 수 있는 한계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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