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입양돼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심어주고 그들이 서로 연대할 수 있도록 모국 방문의 기회를 마련했다.”
김성곤(69)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11월 6일부터 8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2021 차세대 해외 입양동포 모국방문(2021 OKF Gathering for Overseas Korean Adoptees)’ 행사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올해 행사는 2009년 해외 입양동포 모국방문 행사를 보건복지부로 이관했다가 12년 만에 사업을 다시 치르게 된 첫 해이기도 하다.
김 이사장은 “사실 지난해 행사를 개최하고 싶었지만 코로나19로 못하게 됐다”면서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온-오프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거리나 시간적 제약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참가하면서 행사규모가 14개국에 걸쳐 390여명으로 커졌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해외입양자 수는 6·25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 해외로 입양되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약 17만 명에 달한다. 통계로 잡히지 않는 사람까지 합치면 20만~30만 명에 이른다. 해외입양 1세대의 후손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어림잡아 5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재외동포재단은 이런 해외 입양동포 가운데 주로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모국방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입양은 개인적으로 엄청난 충격”이라며 “입양된 아이들은 대체로 학교에 들어가면서 피부색이 다름에 대해 정체성 혼란을 겪게 되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재외동포재단은 바로 이런 정체성을 겪는 젊은 세대들에게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다.
김 이사장은 과거에 비해 국민소득이 높아진 요즘도 해외입양이 이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미혼모들이 대부분 입양을 보내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는 아직 미혼모들에 대한 시선이 따갑기 때문에 해외입양을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최근에는 국내 입양이 늘어나고 있는데, 가급적이면 국내에서 입양돼야 아이들이 덜 상처받고 자랄 수 있다”면서 “이는 부모의 책임도 있지만 사회와 국가의 책임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김 이사장은 이 같은 마음을 담아 개막식 인사말을 하는 도중 해외 입양동포 참석자들을 향해 두 번의 큰절을 했다. 한번은 입양해서 잘 키워준 양부모와 그 나라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또 한번은 양육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타국으로 보낸 국가와 사회를 대신해서 사과의 뜻으로.
김 이사장은 “미국으로 입양된 사람들 가운데 2만 명이 무국적자로 있다”면서 “유럽과 달리 미국은 양부모가 입양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를 놓치거나 파양되면서 국적을 상실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미국에 ‘아동시민권법’이 마련되면서 1983년 2월 이후 출생자는 미국적을 취득할 수 있지만 이전 출생자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김 이사장은 “한국인이지만 외국국적을 갖고 그곳에서 뿌리내리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글로벌 코리언”이라면서 “입양이 삶의 걸림돌이 아닌 새로운 의미를 갖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 우리 재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해외 입양동포들이 태어난 나라와 키워준 나라의 민간친선 가교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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