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후 첫 주말 수도권 집회가 허가되자 집회·시위 인파로 도심 일대가 가득 찼다. 도심에 사람이 몰리면서 교통 체증을 보이기도 했다.
6일 낮 12시30분쯤 서울 중구 숭례문오거리 앞에는 천만인무죄석방운동본부의 대규모 집회에 참가하려는 사람들이 인도를 메웠다.
이들은 주최 측인 우리공화당의 플래카드나 깃발 등을 든 채 노래소리에 맞춰 흔들었다. 구석에서는 태극기와 성조기, 배지나 모자 등을 팔고 있었다.
참가자들이 계속 몰리자 주최 측은 거리두기 준수를 요청했고 일부는 반대편 도로로 건너가서 집회를 지켜봤다. 경찰들은 채증을 하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경찰은 주최 측이 신고한 집회장소에 폴리스라인을 친 상태였다. 작성명부를 쓰고 발열 증세 없는 사람 99명만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나머지 참가자들은 폴리스라인 밖 인도에 자리를 잡고 집회를 지켜봤다.
현행 지침에 따르면 백신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99명만 집회에 참석할 수 있다. 백신 접종완료자와 PCR 검사 음성 확인자 등을 포함하면 최대 499명까지 허용된다.
참가자들은 대체로 마스크 쓰고 있었으나 일부는 ‘턱스크’(턱 아래로 마스크를 내리는 것)를 하거나 마스크를 아예 내리고 음식을 섭취했다. 참가자들과 일반 행인들이 동시에 몰리면서 거리두기가 무너지기도 했다.
태극기를 든 이모씨(75)는 “2018년부터 집회에 계속 참여해왔는데 몇달 간 집회에 못 나와서 가슴이 너무 답답했다”며 “위드코로나를 하면서 집회를 풀어줘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다른 60대 여성 참여자도 “집회가 허용돼 우리가 다시 목소리 내고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어 감격스럽다”며 “백신도 다 맞았고 주최 측에서 체온 다 재고 방명록 적어 (코로나19) 걱정은 없다”고 했다.
이들은 오후 3시쯤 집회를 마친 뒤 피켓 등을 들고 효자치안센터를 향해 행진했다. 숭례문 앞에서는 방역을 위해 한줄로 안내하는 경찰에 항의하는 모습도 연출됐으나 물리적 충돌이나 실랑이는 없었다.
이날 20여개 단체, 약 3000명이 서울 광화문과 종로, 강남 등 일대에 집회 신고를 했다. 집회는 낮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 도심 곳곳에서 30~499명 규모로 진행됐다. 이중 약 2000여명이 도심에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서울 도심에 경찰병력 23개 부대를 투입해 집회를 대비했다.
동화면세점 앞 등 시청에서 광화문으로 가는 길목 곳곳에 대장동 특검 요구, 보수언론 규탄, 부정선거 규탄 등을 요구하는 집회 및 시위가 열렸다.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는 기후위기 비상행동 300여명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강화 등 대응을 촉구했다.
당초 동화면세점에서 집회를 개최하기로 한 국민혁명당은 사랑제일교회로 장소를 변경했고, 약 1000명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집회가 금지됐던 서울에서는 위드코로나가 시작되자마자 5일만에 집회신고 1466건이 접수됐다. 지난 10월 한달간 집회 신고건수 1354건을 넘어선 수치다. 서울의 하루 평균 집회 신고 건수도 44건에서 293건으로 500% 이상 늘었다.
이날 도심을 찾은 시민들은 불편한 듯 발걸음을 재촉했으나 집회 시위의 자유가 ‘기본권’인만큼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연인과 함께 집회를 보던 최모씨(29)는 “지나가기 힘들거나 너무 시끄러운 것은 불편하다”면서도 “집회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건 필요하다”고 했다.
인근에서 횡단보도를 기다리던 김모씨(20)는 “시위가 기본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민이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며 “도로와 버스가 막히는 등 불편함은 있지만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이모씨(50대)는 “아직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상황인만큼 집회 자체를 막지는 않되 너무 많이 오지 않도록 집회 규모는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도심에 사람이 몰리면서 오후 5시30분 기준 도심 차량 운행 속도는 시속 13.7㎞로 ‘정체’ 상태를 보이며 교통혼잡이 나타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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