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방치돼 숨진 3세 여아의 친모 석모씨(49)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이 오는 10일 열리는 가운데 쟁점이 무엇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7일 대구지법에 따르면 대구지법 제5형사부는 오는 10일 오후 2시 대구지법 별관 3호 법정에서 미성년자 약취와 사체은닉 미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 받은 석씨의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한다.
앞서 지난 8월17일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미성년자 약취’와 ‘사체 은닉’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석씨 측이 네번의 유전자(DNA) 검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숨진 피해자(3세·여)를 출산한 적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대법원 판례를 거론하며 “유전자 검사나 혈액형 검사 등 과학적 증거는 그 존재로 인한 사실이 모두 진실임이 입증된다. 추론의 방법이 과학적으로도 정당하다”며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유전자 감정 결과 자체의 모순점 등으로 신뢰성을 의심할 만한 사유도 찾아볼 수 없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피해 여아의 친모가 아닐 확률이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피고인과 피해자가 친자 관계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은 형사재판에서 양보할 수 없는 기본 원칙이지만, 사실관계를 일일이 증명하는 것이 곤란한 상황에서 결단력을 갖추지 못해 만약 의심으로 도피하게 된다면, 그러한 원칙의 남용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록 피해자의 행방을 알 수 없고 피고인이 미성년자 약취 범행을 부인함으로써 세부적 범행 경위나 방법을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피해자를 약취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말했다.
석씨는 선고 하루 만인 지난 8월 18일 항소장을 제출했으며, 검사 측도 “형량이 적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에서는 ‘미성년자 약취’ 여부를 놓고 검사와 변호인이 다툴것으로 예상된다.
석씨 측이 ‘사체 은닉’ 혐의는 인정했지만 ‘아이 바꿔치기’는 전면 부인하며 ‘미성년자 약취’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성년자 약취’ 혐의 등에 대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수사당국이 약취된 여아 소재와 관련해 이렇다 할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점을 석씨측은 강력히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서 석씨 변호인은 “아이 바꿔치기 범행의 동기와 구체적인 일시, 장소 등 수사당국이 밝혀낸 것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은 영유아 위탁 기관 등 사라진 여아가 있을 만한 장소를 찾아 대대적인 탐문 조사를 벌였으나 단서를 찾지 못했고 여아의 행방을 알 만한 주변 인물이나 공범도 찾지 못했다.
수사당국은 지금까지 석씨가 자신의 딸이 낳은 아이를 몰래 데려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몇 가지 정황 증거 외에 구체적인 물증을 찾지는 못했다.
앞서 지난 2월10일 구미시의 한 빌라에서 방치돼 숨진 아이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 아이를 양육하던 김모씨(22·석씨의 딸)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검찰에 송치했다.
김씨는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 받고 항소했으나 2심에서도 징역 20년을 선고 받아 형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이다.
경찰은 숨진 아이와 가족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석씨가 숨진 여아의 ‘친모’이고, ‘엄마’로 알려졌던 김씨가 여아의 ‘언니’임을 밝혀냈다.
석씨는 2018년 3월 말부터 4월 초 사이 구미의 한 산부인과 의원에서 친딸인 김씨가 출산한 아이(행방 불명)와 자신이 출산한 아이(숨진 3세 여아)를 바꿔치기해 김씨 아이를 어딘가에 빼돌린 혐의(미성년자 약취)와 숨진 아이 시신을 매장하기 위해 박스에 담아 옮기려다가 그만둔 혐의(사체은닉 미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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