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못구해… 민간 구급차 스톱, 레미콘업체 “한달내 문 닫을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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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심각해지는 요소수 품귀 현장

운행 중단 ‘재깍재깍’ 요소수 대란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보라매병원 응급실에 한 사설 구급차 
업체의 구급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환자 이송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 지금처럼 요소수가 부족하면 
구급차를 멈춰 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운행 중단 ‘재깍재깍’ 요소수 대란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보라매병원 응급실에 한 사설 구급차 업체의 구급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환자 이송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 지금처럼 요소수가 부족하면 구급차를 멈춰 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어제 결국 구급차 한 대를 멈춰 세웠습니다. 요소수를 구하기도 어렵고, 한 통에 8000원 하던 요소수가 10만 원으로 너무 비싸져서 어쩔 수가 없네요.”

경기 남부에서 사설 구급차 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씨(56)는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구급차 8대 중 1대를 7일부터 운영 중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대당 4명씩 투입되는 의료진과 구조사의 인건비에다 크게 오른 요소수 가격까지 더하니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현재로선 운행 재개 시점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전국적인 요소수 품귀 현상으로 인해 각종 경유 차량의 운행이 어려워지면서 관련 업체들의 불안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구급차나 레미콘 등 시민 건강 및 산업 현장에 필수적인 차량의 운행이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설 구급차 운영 업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생활치료센터 이송 등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요소수 부족 사태가 터지자 막막함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의 A업체 대표 이모 씨(34)는 “요즘엔 확진자가 늘어나 하루에 대당 6, 7명의 환자를 이송하는데 멈춰 서는 구급차가 늘어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구급차 업체 직원 B 씨는 “15일 안에 운행 중인 차량 10대가 모두 멈춰 설 것 같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국의 사설 구급차 3800대 중 60% 정도인 약 2600대에 요소수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유 차량 비율이 높아 요소수가 필수인 레미콘 업계에서는 중소 업체를 중심으로 “이달 말이면 운영이 중단될 위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형 업체는 계열사의 주유소 등을 통해 요소수를 납품받지만 중소 업체는 요소수를 공급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경기도의 한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중소 업체 레미콘 차량은 대부분 지입 차량이어서 운전사 개인의 요소수 확보 여부에 공장 운영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경기 평택휴게소에서는 이날 오전 7시 40분 ‘요소수 물량이 넉넉하다’는 소식에 화물차들이 몰려들어 대기 번호가 120번을 넘기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터넷의 화물차 운전사 커뮤니티에는 “요소수를 추가로 넣어주는 대신 5만 원짜리 연료 첨가제 구매를 요구했다”는 제보도 올라왔다.

마을버스도 타격 마을버스를 9대 운영하고 있는 맹달주 정릉 안암교통 대표가 8일 요소수를 여러 버스에 배분하기 위해 
작은 통에 나눠 담고 있다. 정 대표는 “10L에 1만 원이던 요소수 가격이 보름 전부터 5만∼7만 원으로 폭등했다”며 “보름 
뒤에는 버스 운행이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마을버스도 타격 마을버스를 9대 운영하고 있는 맹달주 정릉 안암교통 대표가 8일 요소수를 여러 버스에 배분하기 위해 작은 통에 나눠 담고 있다. 정 대표는 “10L에 1만 원이던 요소수 가격이 보름 전부터 5만∼7만 원으로 폭등했다”며 “보름 뒤에는 버스 운행이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전세버스 업계 종사자들은 11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차량 행진을 할 예정이다. 경찰은 기동대의 경우 요소수를 사용하지 않는 버스를 우선 사용하고, 친환경 승용 차량을 최우선 배차하는 운영 방침을 각 시도경찰청에 내려보냈다.

서울시의 쓰레기 수거 차량 운행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쓰레기 수집 및 운반 차량 2286대 중 51.2%인 1171대가 요소수가 필요한 차량이다. 시가 확보한 요소수로는 3주까지만 운행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폐기물 소각장도 비상이다. 환경부가 산업폐기물 소각장에 요소수를 판매하는 업체 6곳을 조사한 결과 이달 말 4곳이 재고 부족 상태에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곳은 연말까지만 재고가 남아 있다. 소각장 역시 배출가스를 거르기 위해 요소수를 사용하는데, 요소수 공급이 끊기면 가동이 어려워진다.

소방서에는 “소방차 운행에 차질이 없도록 해달라”는 익명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한 시민은 7일 오후 1시 40분경 서울 광진소방서 소속 중곡119안전센터에 ‘소방서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50L 요소수 5박스를 가져다 놓았다.

#요소수#품귀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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