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등에 변경장치 몰래 설치
사기죄만 적용한 1, 2심 깨고, 전기통신법도 유죄 취지 환송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지시로 ‘070’이나 국제전화의 발신번호를 국내 휴대전화인 것처럼 ‘010’으로 바꿔준 경우에도 전기통신사업법상 타인의 통신을 매개한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사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타인통신매개)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A 씨는 지난해 9월 통신장비를 숙박업소에 설치하라는 지시를 받고 모텔 등에 발신번호가 ‘010’으로 시작하도록 변경해주는 장치인 ‘게이트웨이(심박스)’를 설치했다. 1, 2심 재판부는 A 씨가 월 400만 원을 받는 대가로 발신번호 변경 장치를 설치했고 중국 등지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A 씨가 설치한 장치를 경유해 피해자들에게 발신번호 ‘010’으로 전화를 걸게 한 혐의(사기)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들은 “저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등의 수법으로 총 6870만 원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면서도 1, 2심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A 씨와 조직원들이 ‘타인’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타인의 통신을 매개한다는 것은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해 다른 사람들 사이의 통신을 연결해주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다르게 판단했다. 이어 “해당 조항의 입법 취지를 볼 때 A 씨는 조직원들과 피해자들의 전화 통화를 매개했고 이는 타인의 통신을 매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통신사업법은 타인의 통신을 매개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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