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걸렸을때 중환자실 갈 확률? 7초만에 계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9일 13시 59분


[코로날리지(Corona+Knowledge)]<28>

어떤 병에 걸렸을 때 위중증으로 나빠지는 비율을 ‘중증화율’이라고 하죠.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중증화율은 9일 0시 기준 2.39%입니다. 그간 코로나19에 걸린 사람 100명 중 2명 남짓이 위중증으로 악화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 수치는 ‘내’가 중환자실에 갈 확률을 보여주는 건 아닙니다. 중환자가 될 위험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나이와 기저질환뿐 아니라 비만, 심박, 혈압 등 건강 상태도 예후에 영향을 미칩니다.

● 나이-BMI 등 입력하면 7초 만에 위험 계산
이렇게 개인마다 다른 건강 정보를 입력하면 중증화 위험을 계산해주는 웹사이트가 최근 생겼습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구교철 이광석 교수와 KAIST 경영대학 안재현 교수팀이 만든 ‘코로나19 환자 중증도 예측 시스템’(http://covid19severity.duckdns.org)입니다.

주소를 복사해 웹브라우저에 입력하면 연구진이 구현한 알고리즘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들어가 보겠습니다.

구교철 교수팀의 ‘코로나19 환자 중증도 예측 시스템’에 나이와 건강 정보를 입력한 결과
구교철 교수팀의 ‘코로나19 환자 중증도 예측 시스템’에 나이와 건강 정보를 입력한 결과





스마트폰 기준으로 왼쪽 위 화살표 모양(>)을 누르면 환자 정보(Patient Information)를 입력할 수 있는 메뉴가 나옵니다. 나이(Age)와 성별(Sex), 체질량지수(BMI), 수축기혈압(Systolic blood pressure), 확장기혈압(Diastolic blood pressure)을 순서대로 입력합니다. 분당 심박 수(Heart rate)와 체온(Body temperature)은 가지고 있는 스마트워치와 체온계로 쟀습니다.

다음은 특이 증상과 기저질환입니다. 숨이 가쁘거나(Shortness of breath), 의식이 혼미하다면(Altered conciousness) 해당 칸에 체크합니다. 당뇨병(Diabetes mellitus)이나 고혈압(Hypertension), 치매(Dementia)도 예후를 살필 때 중요한 정보입니다.

맨 아래에는 적혈구 수치(Hemoglobin count)와 혈소판 수치(Platelet count) 등 혈액검사로 알 수 있는 각종 값을 입력하는 칸이 있습니다. 이런 정보는 환자가 자가진단을 할 땐 알 수 없으니, 미리 입력돼있는 기본값을 건드리지 않고 넘어가겠습니다.

모든 값을 입력한 뒤 ‘예측 시작(Start Prediction)’ 버튼을 누릅니다. 약 7초 기다리니 예측된 위중증 확률(Predicted Probaility)이 계산돼 나왔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증상이나 지병이 없고 젊은 편이므로 위중증 확률이 0.045%로 낮게 계산됐습니다.

고령에 지병이 많을 경우 위중증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고령에 지병이 많을 경우 위중증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80세 이상의 나이에 혈압과 심박이 높고 여러 지병을 앓고 있는 경우엔 위중증 확률을 13.452%로 상대적으로 높게 예측했습니다. 실제로 국내 코로나19 중증화율은 나이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미접종자 기준 30대 코로나19 환지의 중증화율은 1.2%인 반면 80세 이상은 34.9%로 나타났습니다.

● 환자 5601명 분석해 96.5% 정확도 예측
연구팀은 국내 코로나19 발생 시점부터 지난해 4월까지 확진된 5601명을 대상으로 입원 중 상태를 인공지능(AI) 머신러닝 기술로 분석해 이 알고리즘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정확도는 96.5%. 영국과 스페인 등에서 앞서 이뤄진 비슷한 연구의 정확도가 77~91%였던 점을 감안하면 꽤 높은 예측도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료정보학 분야 국제 학술지 ‘JMIR 의료정보학(Medical Informatics)’에 실렸습니다.

코로나19 백신 미접종군의 연령별 중증화율과 치명률. 중앙방역대책본부 제공
코로나19 백신 미접종군의 연령별 중증화율과 치명률. 중앙방역대책본부 제공


물론 이 알고리즘에 전적으로 의존해 환자 본인의 위험도를 자가 진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낮지만 오판 가능성이 있고, 백신 접종이 이뤄지기 전에 수집한 표본이라는 한계도 있습니다.

다만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신규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날 경우 이런 알고리즘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제안입니다. 지금은 역학조사관이 환자를 전화로 문진한 뒤 시도 병상 관리반이 입원 여부를 결정합니다. 대체로 최선의 판단을 내리지만, 간혹 입원 관찰이 필요한 환자가 재택 치료 대상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알고리즘이 보급되면 이런 ‘판단 미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구 교수는 “예측 모델을 활용해 신규 확진자의 수와 가용한 의료 자원(중환자실)을 시뮬레이션해보니 사망률을 최대 18%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라며 “중환자실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들에게 병상이 배정되도록 하고, 가용한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 가능해 위드 코로나 시대의 활용도가 높을 것”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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