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가 없어 며칠 전 트랙터를 멈춰 세웠습니다. 곧 땅이 얼어버릴 텐데 겨울 농사를 망치게 생겼어요.”
인천 강화군에서 벼농사를 하는 고철순 씨(61)는 9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매년 11월이 되면 트랙터가 여러 일에 쓰인다.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볏짚 묶기를 하려면 트랙터가 필요하고, 겨울 작물 재배에 앞서 땅을 갈아엎어 부드럽게 만드는 ‘로타리 작업’을 할 때도 필수적이다. 고 씨는 “농협에도 요소수 재고가 없고 인터넷은 믿을 수 없어 할 수 없이 농사 일을 전부 멈췄다”고 하소연했다.
요소수 품귀 사태가 지속되면서 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2015년 이후 생산된 75마력 이상 트랙터와 콤바인을 작동시키는데 필요한 요소수의 공급이 급감하면서 농기계들이 멈추고 있는 것. 75마력 이상의 대형 트랙터의 경우 넓은 땅을 경작하는 농민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어 농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비료업체의 요소 재고도 빠르게 줄고 있다. 이에 따라 요소를 원료로 쓰는 비료 생산이 줄어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농민들이 내년 농번기 때 비료를 구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비료를 미리 사들이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충남 괴산에서 농사를 짓는 전모 씨(63)는 “주변에서 지금 비료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기에 줄을 서서 비료 5포대를 구입했다”고 했다.
이에 일부 지역 농협은 1인당 구입 가능한 비료의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 가능한 비료 재고가 남아있긴 하지만 농민들의 수요가 갑자기 늘고 있어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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