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병을 앓던 50대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아들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10일 대구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양영희)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아들 A 씨(22)에 대한 항소를 기각하며 원심과 같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여러 정황과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 등을 비춰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퇴원시킨 다음날부터 피해자를 죽게 할 마음을 먹고 피해자가 죽을 때까지 의도적으로 방치했다는 점이 인정된다”면서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아들 A 씨는 지난 5월 1일부터 8일까지 8일간 아버지 B 씨(56)에게 치료식과 물, 처방 약 등의 제공을 중단하고 방에 방치해 심한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 등 발병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 씨는 심부뇌내출혈, 지주막하출혈 증세로 인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치료비 부담 등 사정으로 인해 퇴원하게 됐다. 퇴원한 B 씨는 왼쪽 팔다리 마비 증상으로 혼자서 거동할 수 없었던 데다가 정상적인 음식 섭취가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자백한 A 씨는 4월에는 피해자가 본인을 불러 배고픔이나 목마름을 호소하면 마음이 약해져서 한 번씩 영양식을 주입했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후 5월에는 아버지의 도움 요청에도 모른 척했고 이후 방에 다시 한번 들어가 봤을 때 더 이상 피해자 요구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고 한다. 이를 본 A 씨는 가만히 지켜보면서 울다가 그대로 닫고 나온 뒤 사망할 때까지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심 재판부에서는 범행 당시의 정황으로 피고인 A 씨에게 존속살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범행에 이르게 한 여러 가지 정황 증거를 고려해 권고 수준보다 낮은 수위의 형량인 4년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은 어린 나이에 경제적 능력없이 부모나 조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은 영 케어러(Young Carer)의 ‘간병살인’으로 알려지며 주목을 받았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에 따른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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