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만난 지인이 요즘 들어 골프만 치면 유독 어깨와 팔꿈치가 아프다며 걱정을 털어놓았다. 자세가 잘못된 건지, 몸이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지인은 결국 병원을 찾았고, ‘내측상과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내측상과염은 흔히 골프엘보(Golfer‘s elbow)라고 부르는 병으로 골프를 칠 때 팔꿈치 안쪽에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30∼50대에서 주로 나타난다.
골프는 몸의 한쪽을 사용해 강하게 휘두르는 자세를 반복하기 때문에 어깨, 허리, 팔꿈치, 손목에 이르기까지 관절 전체에 무리가 가기 쉽다. 지인 역시 팔꿈치 안쪽의 인대 손상으로 통증이 생긴 경우였다.
손을 접었다 펼 때 사용되는 근육은 팔꿈치에서 손목으로 이어져 있다. 이 근육을 너무 많이 사용해 미세손상이 누적되거나 일시적으로 강한 충격을 받아 외상이 생기는 경우, 또는 반복적으로 같은 부위를 다치면 파열, 염증 등이 생겨 내측상과염(골프엘보)이 발생하기 쉽다. 골프엘보가 생기면 우선 X선 검사를 통해 상과부에 뼈겉질이 굳어 있거나 조직에 칼슘이 비정상적으로 침착된 석회변성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힘줄의 손상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초음파 검사 등을 함께 시행할 수도 있다.
초기에는 통증이 없어질 때까지 팔을 충분히 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를 하면 대부분 좋아진다. 만약 장기간 보존적 치료를 했음에도 호전되지 않거나 통증이 더욱 심해진다면 또 다른 원인이 있는지를 진단하기 위해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
보존적 치료를 꾸준히 하는데도 통증이 계속되거나 나았다가도 다시 증상이 재발된다면 ‘자가혈소판풍부혈장치료술(PRP·Platelet Rich Plasma) 치료법을 고려해볼 만하다. 자기 혈액에서 추출한 회복인자 성분을 주입하는 방식의 치료인데, 보존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골프엘보 환자에게 시행하면 주관절의 기능을 향상하고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PRP는 본인의 혈액을 채혈한 후 특수 제작된 PRP 전용키트에 담아 원심 분리기를 통해 혈장 내 혈소판과 치유물질이 많이 들어 있는 ‘버피코트(buffy coat)’를 뽑아 손상된 부위에 직접 주사해 힘줄을 재생시키고, 통증과 염증을 감소시키는 치료방법이다. 시술 후 별도의 입원 없이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고, 환자 본인의 혈액을 사용하여 치료하기 때문에 알레르기, 감염 등의 부작용이 적어 안전하다.
골프엘보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통증 부위를 사용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골프 애호가가 골프를 안 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골프를 즐기되, 운동 전후로 반드시 스트레칭을 해 근육을 풀어주면 골프엘보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