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모두 잘 살자”며 장기집권 노리는 시진핑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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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람들은 붉은색(紅)과 황금색(黃)을 좋아합니다. 붉은색에는 공산주의와 혁명의 염원이 담겨 있고 황금색에는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마오쩌둥(毛澤東)이 사망한 1976년까지 중국은 ‘홍(紅)’을 중시했습니다. 마오쩌둥을 지지하며 문화대혁명(1966∼1976년)에 나선 젊은이들을 홍위병이라 불렀습니다. 당시 마오쩌둥은 ‘모두가 잘살자’는 뜻의 공부론(共富論)을 주창하며 ‘영국을 넘어서 미국을 잡는다’는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후계자 덩샤오핑(鄧小平)은 1978년 개혁 개방과 함께 ‘일부가 먼저 부자가 되게 하자’는 뜻의 ‘선부론(先富論)’을 앞세우며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덩샤오핑은 1979년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면서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의미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내세웠습니다.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인민을 잘살게 하면 그것이 제일이라는 뜻입니다.

덩샤오핑의 실용주의 경제 노선에 의해 중국은 개혁 개방의 길로 내달렸습니다. 새 노선은 굶주리던 인민들의 지지를 받았으며 중국은 미국과 패권을 겨룰 만큼 성장했습니다. 뒤이은 장쩌민과 후진타오 역시 과학 기술 발전과 경제 성장을 중시하며 중국의 고도성장을 이끌었습니다.

2012년 시진핑(習近平·사진)이 국가주석에 오른 후에도 중국 경제는 성장을 거듭했지만 청년 실업률이 치솟고 도시와 농촌 간 격차, 계층 간 빈부 격차가 확대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은 ‘공동부유(共同富裕)’를 내세웠습니다. 표현만 다를 뿐 마오쩌둥의 ‘공부론’과 같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대기업의 자발적 기부 참여를 유도했습니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올해 20조 원을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중국의 6대 대기업(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판딩딩, 에어탄, 샤오미 등)이 낸 기부금이 30조 원에 이릅니다. 자발적 참여라고 하지만 실행 여부에 따라 후폭풍이 두려우니 다른 기업들도 당의 눈치를 보며 기부 대열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8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베이징에서 개막됐습니다. 시 주석이 이끄는 19기 공산당에서 여섯 번째로 열리는 전체회의라 ‘6중 전회’라고 부릅니다. 이 회의에서 당의 지도 사상을 관철하고 중요한 결정을 합니다.

이번 6중 전회에서는 ‘당의 100년 분투의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결의’(일명 역사결의)를 논의합니다. ‘역사 결의’는 매번 있는 게 아닙니다. 1945년 마오쩌둥, 1981년 덩샤오핑에 이어 역사상 3번째입니다. 2018년 3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장기집권의 길을 연 시 주석은 이번 역사 결의를 통해 장기집권의 정당성을 공고히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마디로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같은 반열에 올라서겠다는 것이지요.

공동부유 노선은 ‘홍’을 앞세우는 마오쩌둥의 이념과 흡사합니다. 시 주석의 야망이 황금색을 좋아하며 부를 추구하는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시장의 효율성과 신뢰를 거스를 수 있다는 우려를 어떻게 잠재울지 궁금합니다.

#시진핑#장기집권#모두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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