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이미혜 씨(36)가 서울 서초동물사랑센터에 들어서며 반갑게 ‘콜라’부터 찾았다. 이 소리를 듣고 뛰쳐나온 건 검정콩처럼 동그란 눈을 가진 암컷 치와와 한 마리. 콜라는 이 씨가 익숙한 듯 꼬리를 흔들며 품에 안겨 애교를 부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콜라의 이름은 ‘공고번호 21-00099번’이었다. 몸이 콜라색이라고 해서 며칠 전 센터에서 ‘콜라’라고 이름을 지었다.
이날 콜라에게는 ‘평생 가족’이 생긴 견(犬)생역전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
○ 유기견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국내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어섰다. 국민 4명 중 1명이 동물과 살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버려지는 동물도 그만큼 늘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만 강아지를 포함해 고양이 등 6378마리의 동물이 주인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이 중 1007마리가 안락사당했다.
이 같은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 위해 자치구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이날 이 씨가 찾은 서초동물사랑센터는 서울 서초구가 운영한다. 유기견을 입양시키기 위해 사회화 훈련과 입양 홍보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87마리가 들어와 44마리를 입양 보냈고 30마리에게 잃어버린 주인을 찾아줬다. 유기견들은 사회화 훈련을 받고 이 씨와 초등학생 자녀 3명도 여러 번 센터를 찾아 교육을 받았다.
이 씨는 “사람들이 동물을 버리고 돈으로 생명을 사고파는 것이 옳지 않다는 생각에 유기견 입양을 결심했다”고 한다. 유하나 센터장은 “유기견도 집에서 똑같이 사랑받던 동물”이라며 “유기견이 반려견과 다른 점은 ‘버리는 주인’을 만났다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노원구(힐링하시개 댕댕하우스)와 강동구(리본센터)도 입양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민이 아니어도 누구나 입양심사 절차만 거치면 입양이 가능하다.
○ 도심 내 입양카페 ‘동행’ 문 열어
서울시도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마포센터’에서 입양 사업을 하고 있다. 유기동물을 입양하면 시에서 안심보험을 지원하고 입양 후에도 맞춤형 상담교육을 제공한다. 2019∼2020년에는 ‘가정 내 임시보호제’를 통해 258마리를 입양 보냈다. 올해는 4개 민간동물보호단체와 협약을 맺었다.
4월부터는 민간단체와 함께 ‘도심 내 입양카페’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동대문구의 한 폐업한 애견카페를 임차해 민간단체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동행)과 함께 ‘발라당 입양카페’(동대문구 무학로 42길 45)를 꾸몄다. 입소한 개 92마리 중 65마리가 6개월 만에 이곳을 통해 가족을 찾았다. 내년에는 한 곳을 추가 조성한다.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엔 시민들과 유기견이 만나는 자리도 열린다. 산책 행사와 바자회 캠페인 등도 한다. 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유기견 소식을 전하고 있다.
지난달 이곳에서 유기견 ‘바미’를 입양한 홍자선 씨(36)는 “펫숍은 무분별한 번식 등 동물학대를 바탕으로 운영된다고 생각해 유기견 입양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최미금 동행 이사는 “유기견이라고 다르지 않다. 평생을 함께한다는 책임감과 부양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가족으로 맞이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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