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강원 원주보훈요양원 1층의 면회 공간. 80대 여성이 90대 남편의 손을 잡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 6개월 만인 것 같아요. 아버지 옆에 앉아 본 게. 코로나19가 몇 달간 가족을 갈라놓고 있었네요.”
이날 80대의 어머니와 함께 요양원을 찾은 60대의 딸도 반가운 얼굴로 아버지를 만났다.
이날 가족 모임을 하게 된 주인공들은 6.25전쟁에 참전한 국가유공자로 원주보훈요양원에서 생활 중인 김한종씨(93)의 가족들이다. 김씨의 아내 황복임씨(89)와 딸 김춘희씨(62)가 오랜 만에 김한종씨를 유리 벽 없이 만나게 된 것이다.
이날 가족들은 눈시울은 붉어진 상태로 유지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때문에 대면 접촉이 불가능해지면서 몇 달간 예상치 못한 가족 간의 벽이 생겼었기 때문이다.
김춘희씨는 “지난 4~5월쯤 아버지의 건강 문제 등으로, 원주보훈요양원에 모시게 됐는데, 코로나19 여파로 그 동안 면회도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며 “그동안 우리 가족은 아버지 연세에 대한 걱정도 있고, 사정상 가능했던 면회가 유리벽에 서로 손을 짚고 얼굴 정도 보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주보훈요양원은 지난 9일부터 1층 면회공간에서 접촉면회를 실시했다. 정부가 이달부터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인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면서 코로나19 백신접종자를 중심으로 면회를 재개하게 된 것이다.
요양원의 조치로 만나게 된 가족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애틋해졌다고 한다. 지난 9일 첫 만남에서 김한종씨는 아내 황씨에게 “손에 왜 이렇게 멍이 들었냐”며 눈물을 흘렸다.
황씨가 남편의 면회를 하기 며칠 전 집에서 생활하다 다친 손을 보고, 남편 김씨가 그동안 만나지 못해 안타까웠던 마음을 눈물로 표출했다.
아내 황씨도 남편에게 “지금은 이렇게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우선 건강하게 만 있어 주면 좋겠다”며 마스크 위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이날 이들 가족에게 주어진 시간은 60분. 수개월 간 손을 잡고 나누고 싶었던 얘기를 다 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
딸 김춘희씨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부모님이 함께 지내셨는데, 고령의 연세로 어머니께서 아버지를 돌보기 어려워 할 수없이 요양원을 택하게 됐다”며 “자주 찾아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코로나19가 이 정도로 긴 시간 가족을 생이별 시킬 줄 몰랐다”고 그간의 사연을 전했다.
또 어머니 황씨는 김씨의 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낸 몇 달간 수면제 없이 잠을 청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코로나19로 볼 수 없던 남편의 건강 걱정에 잠을 자지 못해 병원에서 수면제를 처방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황씨의 사연이다.
남편 김한종씨도 요양원에서 아내 걱정뿐이었다고 한다. 남편 없이 지낼 아내의 외로움과 고령의 몸으로 집안을 돌보지 못한 속사정을 가족에게 털어놨다.
딸 김춘희씨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언제 그렇게 사랑하셨을까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너무 반가워 하셨다”며 “젊은 사람들 부럽지 않게 서로를 걱정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두 분이 사시다가 떨어지게 된 것도 서러운데, 코로나19가 이 정도로 무섭게 부부를 갈라놓아 너무 걱정됐다”며 “고위험에 해당하실 정도로 연세가 있으셔서 그동안 면회도 어려웠는데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 다행이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원주보훈요양원은 김씨의 가족처럼 그동안 코로나19 확산으로 만남이 어려웠던 시설 입소자들의 가족을 위해 사전예약제로 만남의 공간을 제공할 방침이다.
가급적 가족들의 희망하는 날 만날 수 있도록 시간대별로 5명이 동시에 면회가 가능토록 편의를 제공하고, 백신 부스터샷을 추가 접종하게 되면 외출과 외박도 허용할 예정이다.
원주보훈요양원 관계자는 “요양원 내 접촉 면회와 관련된 보호자 분들 수만 200명 정도인데 티케팅을 방불케 할 정도로 면회 예약이 이뤄지고 있다”며 “김씨 가족의 경우 오랜 기다림 끝에 모두 백신접종 완료를 확인하고 겨우 만나게 됐는데, 반가운 모습을 보게 돼 다행이다”고 밝혔다. (원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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