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주 신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 폐쇄 의혹 사건의 피의자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기소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지검 형사5부가 올 6월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한 백운규 전 산업통상부장관의 공소장에는 박 수석의 이름이 16차례 나온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 수석은 2017년 6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으로 근무하면서 탈원전 정책 이행을 위한 백 전 장관의 직무를 보좌했다. 탈원전 로드맵,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이행방안 검토, 수립 및 실행 등 관련 실무를 박 수석이 모두 총괄했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박 수석 등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 중으로 아직 기소나 불기소 등 어떤 처분이 내려진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수석이) 기소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소가 될 상황까지 염두에 둘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며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역시 수사 중단을 권고한 사안”이라며 “당연히 (박 수석) 인사에 앞서 수사를 받는 상황 등은 인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박원주 신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월성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폐쇄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백운규 전 장관 지시를 문모 전 산업기획정책관과 정모 전 산업정책과장 등 하급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 백 전 장관이 청와대에 전달할 보고서 내용을 실무적으로 총괄했다.
백 전 장관의 공소장 등에 따르면 백 전 장관은 2017년 7월 취임 직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했던 이관섭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교체를 박 수석에게 여러 차례 지시했다. 백 전 장관은 같은 해 8월 2일경 박 수석에게 “산하기관 인사를 서둘러라. 이 사장도 임기가 많이 남았지만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 전 장관은 같은 해 8월 11일경 “사장, 이사, 감사 등 인사와 관련해 한나라당 출신, 탈원전 반대인사, 비리 연루자는 빨리 교체해야 한다”고 박 수석에게 재차 지시했다. 백 전 장관은 며칠 후 “에너지 공공기관에서 탈원전에 반대하는 인사 등을 퇴출시킬 방안을 검토하라”며 박 수석에게 다시 한번 지시했다. 당시 임기가 2년 3개월 남아있던 이 전 사장은 2018년 1월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박 수석은 2018년 4월 정 전 과장이 “한수원 사람들이 계속 경제성이 있다고 얘기한다”고 보고하자 월성 1호기의 즉시 가동중단이 산업부의 확고한 방침임을 알리면서 이에 따르도록 한수원 측을 압박했다. 2018년 4월 박 수석은 정 전 과장과 한수원 관계자들에게 스피커폰으로 “그(원자력수력) 사람들은 왜 자꾸 경제성이 있다고 말을 하냐. 그 사람들은 상황을 똑바로 봐야”라고 했다. 또 “한수원이 월성 1호기에 대해 무슨 말을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현 정부에서 월성 1호기가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냐”고도 했다.
백 전 장관뿐만 아니라 문 전 정책관과 정 전 과장 등은 모두 기소됐다. 상급자, 하급자와 달리 박 수석은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당했고 검찰 조사까지 받았지만 기소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검찰은 올 6월 백 전 장관을 배임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지만 업무상 배임 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 인사는 수사팀에 기소하지 말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처럼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박 수석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지만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 중단을 권고한 데다 요소수 수급문제 등 시급한 국정 현안에 대한 적임자라는 판단에 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박 수석의 인선이 추가 기소 등을 막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 청와대는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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