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 시간) 채택된 제26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글래스고 기후조약(Glasgow Climate Pact)’은 전 세계 약 200개 국가가 ‘1.5도 목표’를 재확인한 것에 의의가 있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5도 이내로 막는 것에 지구촌 전체가 동의한 것이다. 석탄 등 화석연료 규제도 처음으로 명문화했다. 국제탄소시장 지침도 마련했다. 하지만 석탄 발전은 중단이 아닌 감축 수준으로 합의되면서, 각국 환경단체는 이번 조약을 ‘누더기’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 퇴출, 중단 다시 감축으로 후퇴한 석탄 발전
글래스고 기후조약 채택 과정에서 가장 큰 진통은 석탄 발전이다. 10일 발표된 최종 합의문 초안에는 ‘석탄의 단계적 퇴출과 화석연료 지원금 단계적 중단’이 포함됐다. 하지만 12일 폐막을 앞두고 나온 두 번째 합의문 초안에는 석탄 사용 중단에 대해 ‘탄소저감장치가 갖춰지지 않은’ 경우, 화석연료 보조금 지원 중단은 ‘비효율적’인 경우라는 단서 조항이 달렸다. 이에 따라 석탄 발전을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화석연료의 주요 생산 및 소비국인 중국 러시아 인도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반대가 컸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3일 최종 합의문 도출 직전에는 인도의 요구로 석탄 발전 ‘중단’이 ‘감축’으로 바뀌었다. 석탄 감축 시기도 명시되지 않았다. 인도는 기후변화에 대한 이른바 ‘부자 국가’의 책임론과 함께 개발도상국(개도국)의 화석연료 사용 필요성을 주장했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의 제니퍼 모건 사무총장은 “합의를 하면서 말을 바꿨지만 석탄 시대가 끝났다는 신호를 바꿀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선진국들은 기후변화 피해를 입은 개도국 지원 기금을 2025년까지 2019년 대비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연 1000억 달러(약 118조 원)를 지원한다는 기존 약속조차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국제탄소시장 지침 타결은 실질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가 간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는 시장에 통일된 국제규범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지침에는 특정 기업이나 정부가 타국에서 감축한 탄소배출량이 두 개의 국가 통계에 이중으로 반영되는 현상을 막는 내용이 포함됐다. 1, 2년에 걸친 후속작업 후 국제탄소시장이 실제 운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우리는 여전히 기후 재앙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중이며 지구는 연약한 실 하나에 매달려 있다”며 “최종 합의문은 세계의 이익, 조건, 정치적 의지가 반영됐다. 불행하게도 모순을 극복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스웨덴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COP26) 요약, 어쩌고저쩌고(Blah, blah, blah)”라고 혹평했다. 이번 합의가 알맹이 없는 장광설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 한국은 ‘2050년 탈석탄’ 고수
글래스고 기후조약의 문구가 석탄 발전 중단에서 감축으로 완화됐지만 우리 정부는 이와 무관하게 2050년 탈석탄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이미 한국은 2050년까지 석탄 발전을 중단하고 국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마련해 공표했다. 유엔은 선진국들이 2030년까지 탈석탄을 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석탄 사용량이 많은 한국은 2030년에도 전체 발전량의 21.8%를 석탄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또 각 나라가 내년에 새로 제출해야 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재검토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NDC를 다시 제출하라고 한 취지는 NDC를 아예 제출하지 않거나 미흡하게 제출한 국가들에 재검토를 요청한 것”이라며 “한국의 NDC는 국제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COP27은 내년 이집트에서, COP28은 2023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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