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연구원, 남북 협력방안 발표 “연간 흡수량 최대 5200만 t 예상”
기후 위기로 산림 중요성 커졌지만…北, 대규모 벌목 탓에 국토 황폐화
“탄소 중립 협력, 국경-이념 넘어야”
북한의 산림을 복원했을 때 2050년 한반도 전체 산림에서 흡수할 수 있는 탄소량이 연간 4760만∼5200만 t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달 정부가 확정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산림, 습지 등으로 흡수하겠다고 밝힌 양(2530만 t)의 두 배에 가깝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기조연설에서 “남북한 산림 협력을 통해 한반도 전체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환경연구원(KEI) 장원석 부연구위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NBS&REDD+를 통한 남북 탄소중립 협력방안’을 최근 발표했다. ‘NBS’는 자연을 기반으로 한 기후변화 해법(Nature-Based Solution), ‘REDD+’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산림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할 수 있게 돕는 제도(Reducing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를 뜻한다.
장 부연구위원은 12일 KEI와 한국외국어대가 주관한 ‘접경과 환경: 탄소중립을 위한 초국적 협력과 소통의 모색’ 학술대회에서 이 내용을 발표했다. 이 탄소 흡수량은 북한에서 1990년부터 2020년까지 사라진 산림 220만 ha(헥타르)를 복구한다고 가정했을 때 남북한의 산림 총 1450만 ha에서 흡수할 수 있는 양이다.
○ 기후 위기로 산림 중요성 커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해 지구 온도가 높아지면 다양한 이상기후 현상들이 나타난다. 태풍과 홍수, 가뭄과 폭염 등 위협적인 자연 재난이 더 잦아지고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를 막기 위해 전 세계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이 중 산림을 조성하는 등 생태계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자연기반해법(NBS)이 주목받고 있다.
산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천연 자원이다. 제대로 관리하면 식량 생산도 늘릴 수 있고, 공기와 물을 깨끗하게 정화할 수 있지만 산림이 황폐화되면 비가 많이 올 때 산사태가 쉽게 나는 등 토양이 유실된다. 이때 재산·인명 피해뿐 아니라 토양 속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악영향도 나타난다.
개발도상국들은 개발과 목재 판매를 위해 마구잡이로 산림을 훼손한다. 이 때문에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산림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할 수 있게 돕는 제도(REDD+)를 활용하고 있다. 선진국이 경제적으로 지원을 하거나 친환경 농법 같은 기술적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산림을 보호하는 것이다.
○ 산림 황폐화·수해로 어려움 겪는 북한
북한은 1990년대 이후 경작지 개발과 땔감 확보를 위해 대규모 벌목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2019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태풍과 홍수 피해가 발생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9월 ‘당의 경제정책 집행에서 제일 우선적인 중심과제’라는 기사에서 “최근 연간 이상기후 현상은 위험도수가 높아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해마다 그 영향을 받는 상황은 국토사업의 중요성과 절박성을 더욱 부각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장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북한 상황을 잘 이해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6·25전쟁 직후 민둥산에 나무를 심어 숲을 가꾸면서 산림을 복원한 경험이 있어서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산림은 국토 면적 대비 62.6%(630만 ha)를 차지한다. 국토 대비 산림 면적으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핀란드(73.7%), 스웨덴(68.7%), 일본(68.4%)에 이어 4번째로 높다. 장 부연구위원은 “탄소중립에는 국경도 없고 정치와 이념도 없다”며 “남북한이 협력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노력한다면 양국 경제와 환경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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