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도시개발공사가 설립 직후인 2013년 11월 위례신도시 개발을 첫 민관합동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민간사업자 선정 당시 특정 사업자에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위례신도시 개발 민간사업자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관계사 천화동인 4, 5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정재창 씨가 대주주인 위례자산관리가 13.5%의 지분으로 참여한 미래에셋 컨소시엄이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과 닮은꼴로 공사 측에 뇌물을 건네 특혜를 받은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정 회계사가 2014년 8월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을 총괄했던 유한기 전 공사 개발본부장에게 건넨 2억 원을 사업 특혜에 대한 대가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 사업계획서 평가 기준도 닷새 만에 재공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사는 2013년 11월 1일 위례신도시 개발 민간사업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냈다. 공모지침서에는 사업계획서를 평가할 때 재무건전성 항목에서 “컨소시엄의 참여 구성원이 2개 이하일 경우 20점 만점을, 3개는 16점, 4개는 12점, 5개는 8점, 6개 이상은 6점을 부여한다”는 기준이 있었다. 그런데 공사는 닷새 뒤 이례적으로 다시 공고를 내고 “(평가 대상인) 컨소시엄 구성원 수에서 간접투자기구와 신탁은 제외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미래에셋 컨소시엄은 변경된 공고에 따라 해당 항목에서 만점을 받아 사업자로 선정됐다. 당초 이 컨소시엄은 증권사 1곳과 자산관리회사 1곳, 특정금전신탁 방식으로 참여한 법인 4곳 등 총 6개 회사로 이뤄져 있었다. 원래 공모지침서 내용대로라면 이 컨소시엄은 최저점인 6점을 받는다.
하지만 이 컨소시엄은 바뀐 지침에 따라 증권사와 자산관리회사 2곳만 평가 대상에 포함돼 20점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특정금전신탁을 컨소시엄 구성원 수에서 제외한다는 공고 내용은 처음 봤다”며 “특정 사업자를 위한 전형적인 특혜로 의심됐다”고 했다.
공사는 또 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에도 계속 특혜를 줬다. 공사는 공모지침서와 질의회신 자료에서 “2013년 11월 20일까지 토지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사업협약 이행보증금으로 공사에 납부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계약이 자동 해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사는 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총 340억여 원에 이르는 사업협약 이행보증금을 내지 못하자 계약 해지 대신 납부 기한을 10일 연장해줬다.
○ ‘건설사 배제’ 등 공모지침 위반도 묵인
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인 2013년 12월 위례신도시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 회사의 지분 19.4%를 부국증권에 넘겼다. 이로써 부국증권이 프로젝트 회사의 지분 19.4%를, 미래에셋증권이 2.5%를 갖게 돼 컨소시엄의 대표사는 사실상 부국증권으로 바뀌게 됐다. 공모지침서에는 “금융회사 중 가장 지분이 많은 회사를 대표사로 하고, 출자지분은 15% 이상이어야 한다”고 된 조항이 있는 만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뒤 사실상 대표사가 부국증권인 ‘부국 컨소시엄’으로 바뀐 것이다.
시행업계 관계자는 “당시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참여하겠다고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지만, 막상 사업자로 선정된 후 한국투자증권 몫을 부국증권에 넘긴 것”이라며 “대표사 변경은 원칙적으로 재공모를 거쳐야 할 만큼 중대한 변경이지만 공사가 이를 용인한 것”이라고 했다.
미래에셋 컨소시엄이 “건설업자의 컨소시엄 참여를 배제한다”는 공사의 공모지침서를 어기고 호반건설의 자회사를 우회적으로 컨소시엄에 참여시킨 것도 특혜라는 주장이 나온다. 위례자산관리는 2013년 12월 5일 호반건설이 100% 지분을 보유한 티에스주택 주식회사에 위례자산관리의 지분 100%를 넘겼다. 호반건설 고문인 김재현 씨가 대표이사로, 호반건설 상무이사인 김준석 씨가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결과적으로 위례자산관리 몫의 배당 이익 42억 원(전체 310억 원의 배당금 중 위례자산관리의 지분 13.5%에 해당하는 금액)이 호반건설 자회사로 흘러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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