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강성명]‘부산의 허파’ 황령산 개발 신중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7일 03시 00분


강성명·부산경남취재본부

강성명 부산경남취재본부 기자
강성명 부산경남취재본부 기자
황령산 개발 소식에 부산이 들썩이고 있다. 황령산은 부산의 16개 구군 중 연제구와 남구, 부산진구, 수영구 등 도심 한가운데의 4개 구에 걸쳐 있다.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해발 고도 427m로 등산하기에 좋아 시민들의 발길이 사계절 이어지는 명산이다.

그런 황령산에는 아픔이 있다. 13년 전 문을 닫아 흉물로 방치된 스키장이다. 눈이 잘 오지 않는 부산에서 파격적으로 시도된 사업이었지만 경영 악화로 실패했다. 이후 수차례 황령산 개발 시도가 있었지만 ‘환경 훼손’ 우려 때문에 매번 좌절됐다.

최근 지역 건설사 대원플러스그룹이 사업비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개발 계획을 마련해 부산시를 찾았다. 황령산 정상에 높이 500m의 전망대를 세우고 스키장 부지를 포함해 황령산 일대 23만2632m²를 대규모 유원지로 개발하겠다는 것. 특히 부산의 중심지인 서면에서 산 정상까지 케이블카로 연결하겠다는 파격적인 구상도 밝혔다. 이에 시는 이례적으로 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개발 의지를 보였다. 박형준 시장은 “황령산 야경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체류형 관광을 이끌 부산의 새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하지만 시민·환경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도심의 소중한 산림 녹지로 대기오염물질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황령산의 생태적 가치를 보존해야 한다. 민간업체의 배를 불리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도시는 다양한 개발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역사적 사실이다. 더 나은 삶을 누리려는 시민의 욕구에 행정이 발을 맞추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오히려 시가 나서서 ‘착한 개발’로 도시의 수준을 끌어 올려 찬사를 받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산이나 바다처럼 시민들 전체가 누려야 하는 공공재 성격의 자연 환경은 다르다. 이를 공공이익을 우선시하는 관(官) 주도로 개발해도 반발이 이는데, 하물며 이익을 우선시하는 민간이 나설 경우 반대가 극심한 건 당연하다.

‘부산의 허파’로 불리는 황령산을 다루는 일은 다른 개발사업과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그마가 지하 깊은 곳에서 식어 만들어진 암석 중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구상반려암(천연기념물 267호)이 개발 예정지 근처에 있으니 더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부산시가 민간업체의 황령산 개발 제안을 받자마자 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 없이 덜컥 업무협약부터 맺은 것은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는 황폐화된 황령산 스키장 부지 문제가 서둘러 해결해야 할 장기 표류과제 중 하나라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스키장 실패가 남긴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황령산에 첫 삽을 뜨기 전 숙고와 토론, 합의는 아무리 많은 과정을 거쳐도 지나치지 않다. 한 번 훼손된 자연은 쉽게 복원되지 않는다.

#부산의 허파#황령산#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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