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가 만들어 나가는 미래는 제가 꿈꾸는 미래와 꼭 닮았습니다. 그래서 제 가슴이 설렙니다.”
울산의 한 중견기업 회장은 UNIST 발전기금으로 300억 원을 내놓으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주인공은 이준호 덕산그룹 회장(75)이다. 이 회장은 울산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를 생산하는 강소기업을 이끌고 있다. 덕산그룹은 반도체 패키징 소재와 모바일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툰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중심이던 울산에서 최초로 반도체 소재에 도전해 성공 신화를 일궈냈다. 그는 4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기부 약정식에서 “울산에 국내 최초로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을 세우고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에 앞장서는 UNIST의 노력에 감명을 받았다”며 “UNIST의 미래에 적극 동참하고 싶어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UNIST가 개교 12년 만에 이뤄낸 성과는 그에게 기적과 같다. 그는 “UNIST의 탁월한 연구개발 능력으로 훌륭한 인재를 육성하고 청년 창업을 활성화해 지역과 국가 경제를 살리는 새로운 혁신 모델을 수립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용훈 UNIST 총장은 이날 “도전과 혁신으로 반도체 소재 산업을 이끌어온 이 회장님의 의지를 UNIST가 이어가겠다”며 “과학기술 인재들이 마음껏 도전하며 지역과 국가 미래를 바꿀 혁신을 만들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UNIST는 덕산그룹이 기부하기로 약정한 발전기금 300억 원으로 가칭 챌린지융합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챌린지융합관은 학생들이 ‘과학기술계 BTS’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 전 분야에 걸쳐 혁신적 교육을 제공하며 자유롭게 창업에 나설 수 있는 공간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UNIST는 이 회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챌린지융합관에 기부자 이름을 붙이고 예우 공간을 조성하며 명예박사를 수여하는 등 다양한 예우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2009년 첫 신입생을 받은 UNIST는 뛰어난 연구력과 창업 실적을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2021년 영국 대학평가전문기관 ‘THE’가 발표한 세계대학평가에서 국내 5위에 올랐다. 개교 50년 이하 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평가에서는 세계 10위에 자리했다. 짧은 역사에도 이처럼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비결은 배출되는 논문의 질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논문이 다른 연구논문에 얼마나 인용됐는지를 기준으로 하는 네덜란드 레이던랭킹에서 UNIST는 5년 연속 국내 1위에 올랐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 연구자(HCR)’도 2019년, 2020년 잇달아 6명씩을 배출했다. 국내에서는 서울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UNIST는 개교 이래 기술 창업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그 결과 교원 창업 57개, 학생 창업 69개 등 모두 126개 스타트업을 배출했다. 이들 기업의 가치는 6871억 원 수준이다. 연구와 창업에서 12년간 거둔 UNIST의 성과는 수험생들에게도 알려졌다. 2021학년도 UNIST 수시 모집에는 430명 모집에 5359명이 지원해 경쟁률 12.5 대 1을 기록했다. 전년도보다 지원자가 1000명 이상 늘어났다. 그 결과 국내 4대 과학기술원 가운데 지원자가 가장 많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