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기숙사 화장실 등 불법촬영’ 교사에 징역 10년 구형

여교사 화장실과 여학생 기숙사 등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수백 차례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고등학교 교사에게 검찰이 징역 10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1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문병찬) 심리로 열린 A(37)씨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상습 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이날 검찰은 “피고인은 교육자로 아이들을 직접 대면하고 가르쳐야 하는 사회적 역할을 갖고 있었다”며 “이 시대 교육자들에게 요구하는 도덕성이 높아졌는데도 장기간 계획적으로 몰래카메라 범죄를 저질렀고 수법이 대담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촬영횟수가 700회에 달하고, 이 때문에 교사 집단에 대한 사회적 구성원의 불신도 따라와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이 사건으로 아동·청소년부터 성인여성까지 수많은 피해자가 심각한 정신적 충격과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몰래카메라에 찍힌 자신의 신체영상을 확인한 피해자들은 치료를 안 받으면 일상을 영위하기 어렵다”며 “유출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로 일상이 어려워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본연 업무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본인을 신뢰했던 동료와 학생들을 성착취 욕망 대상으로 삼았다”면서 “중형 선고만이 피고인의 재범 가능성을 차단한다”고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또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과 취업제한 10년 명령을 요청했다.

A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저의 잘못된 생각과 행동으로 상처 입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왜 그런 행동을 했고 멈추지 않았는지 매일 자책과 후회 속에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시는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서 사회에 진 죄를 갚으며 가치있는 삶을 살겠다”면서 “저 때문에 피해입은 학생과 선생님, 관리자들께 죄송하고 어머니, 친구들한테 미안하다.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자신 잘못의 엄중함을 알고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며 “어리석은 행동으로 신뢰하고 지냈던 동료와 학생들에게 실망감을 줬다는 점에서 자책하고 반성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겠다고 다짐한다”고 선처를 요청했다.

A씨의 선고 공판은 내년 1월12일 오후 2시3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A씨는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신이 구입한 전등 스위치 모양의 카메라 등을 고등학교 여학생 기숙사와 화장실, 샤워실 등에 설치하고 약 700회에 걸쳐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전등 모양의 카메라나 화재감지기 모양의 카메라를 설치해 불법 촬영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서울 서대문구의 한 주점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피해자들의 신체를 촬영하기도 했다.

앞서 A씨가 근무했던 학교 측은 지난 4월 화장실에서 카메라들을 발견한 뒤 신고했고, 경찰은 A씨를 용의자로 특정한 뒤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혐의점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사건 피해자가 116명에 달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 사건 범행 이후 A씨는 교사직에서 파면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교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교육의 근간을 허무는 파렴치한 행위자가 다시 교단에 서지 못하도록 최고 수준의 징계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