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다섯번째로 긴 6.927㎞ 자랑
착공 11년만에 신흑동∼원산도 연결
대피 통로 31개-인명구조차 배치 등 비상시 대비 안전시설물 설치 운영
“연간 충남 관광객 4000만명 유치”
15일 오전 11시경 충남 보령시 신흑동∼원산도 구간 해저터널의 중간 지점. 취재 차량이 신흑동 터널 입구에서 미끄러지듯 해저로 들어간 지 10여 분 만에 도착했다.
이 지점은 수심 25m의 해저에서 55m 더 밑으로 내려간 곳으로 터널 가운데 가장 낮다. 터널은 이곳을 중심으로 양끝으로 경사 4∼5도의 아주 완만한 V자를 그린다.
○ 내달 1일 국내 최장 해저터널 개통
98%의 공정을 보인 이 터널은 말끔했다. 터널 안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밝았고 벽은 타일로 마무리돼 정연한 느낌을 줬다. 2019년 7월 중순 이곳에 취재차 왔을 때와 딴판이었다. 당시는 탄광의 갱도처럼 곳곳이 어두웠다. 바닥의 요철이 심해 차량이 크게 요동쳤고 갓길 도랑에는 바닷물이 콸콸 흘렀다.
보령시 신흑동과 원산도를 잇는 6.927km의 보령해저터널이 다음 달 1일 개통을 앞두고 이날 언론에 공개됐다. 국내 최장, 세계 5위의 길이를 자랑하는 보령해저터널의 개통은 2010년 12월 착공한 지 꼭 11년 만이다. 이날 차량 제한속도는 시속 40km였으나 개통되면 70km로 높아지기 때문에 터널은 6분가량이면 통과할 수 있다.
터널은 양 방향(각 2차로) 분리 터널로 이뤄졌다. 차로 지나는 동안 폐쇄회로(CC)TV, 비상 조명등, 스피커, 소화기 등 안전시설들이 눈에 들어왔다. 해저터널인 만큼 안전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클 수밖에 없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김동균 소장은 “옥내 소화전이 50m 간격으로 301개 배치했고 CCTV도 92대나 설치했다”고 밝혔다.
비상시 반대 방향 터널로 대피할 수 있는 통로는 사람용 21개(220m 간격), 차량용 10개(660m 간격)를 만들었다. 김 소장은 “바닷속 터널인 만큼 운전자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안전에 최우선을 두었다”고 말했다. 충남도와 보령시는 양방향 터널에 인명구조차를 배치하고 상시 소방훈련도 하기로 했다.
다음 달 1일 해저터널이 개통되면 2019년 12월 개통한 원산안면대교(1.75km)를 통해 태안군 고남면 영목항까지 곧장 갈 수 있다. 국도 77호선 보령∼태안 전 구간(14.1km)의 차량 운행이 가능해지고 이 구간의 이동 시간도 10분으로 단축된다. 기존에는 보령 대천항에서 홍성, 서산 AB 지구를 거쳐 태안 영목항까지 75km를 가는 데 1시간 30분 넘게 걸렸다.
원산도에 미리 도착해 있던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현장 기자회견을 열어 “보령과 태안이 곧장 연결되면 수도권과 중부권·전라권 관광객이 급증할 것”이라며 “2025년 도내 관광객 4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세웠다”고 밝혔다.
도는 해저터널·해상교량 개통에 맞춰 해안 문화관광자원 개발에 나선다. 이를 위해 대천해수욕장과 안면도, 인근 섬 지역 등 서해안 해양 관광자원을 개발해 충남을 체류형 관광지로 육성하고, 체험과 소비 중심의 지역관광산업 발전을 유도하기로 했다.
충남도와 보령시는 내년 보령해양머드박람회와 2025년 섬 국제 비엔날레 같은 대형 해양 관광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보령시는 원산도에서 삽시도까지 3.9km 구간에 해양관광케이블카를 설치한다. 민간 자본 1000억 원을 유치해 2025년까지 완공하는 프로젝트다. 또 원산도에는 복합마리나항과 해양레포츠 체험장 등을 만들고 원산도에서 고대도까지 1.9km 구간에는 구름다리를 건설한다.
보령시는 16일 원산도에서 ‘원산도 푸드 존’과 ‘원산 창고’ 개점식을 가졌다. 푸드 존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푸드트럭에서 떡볶이, 김밥 등 분식뿐만 아니라 붕장어구이 등 싱싱한 지역 수산물을 맛볼 수 있다. 원산 창고는 7억7000만 원을 들여 조성한 지상 1층, 전체 면적 300m² 규모의 로컬 푸드마켓이다. 지역 청년의 안정적인 정착과 농어촌 활성화를 위해 마련했다. 김 시장은 “전국의 관광객들이 원산도를 불편함 없이 즐기고, 다시 찾고 싶은 관광지로 기억하도록 만만의 준비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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