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된 검찰 대장동 전담수사팀이 감염 직전 이른바 ‘쪼개기 방식’으로 단체 회식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방역수칙상 제한인원을 넘겨 회식을 한 수사팀이 2차, 3차까지 회식을 이어갔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돼 검찰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수사팀이 회식한 당시는 사적 모임이 10명까지 제한되는 시기라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은 19일 “수사팀이 별도의 방으로 나눠 저녁식사를 했고 김태훈 4차장검사도 잠시 참석해 격려했다”며 “여하를 불문하고 불찰을 일으켜 송구하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지난 4일 저녁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인근 고기구이 식당에서 회식을 했다. 수사팀장인 김태훈 4차장이 참석해 팀원들을 격려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가 구속된 당일이라 이를 자축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YTN은 당시 식당에 ‘605호’라는 이름으로 22명이 예약됐고 실제 16명이 참석해 8명씩 다른 방에서 식사했다고 보도했다. 서울중앙지검 605호는 대장동 수사를 맡고 있는 유경필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 방 번호다.
공식 해명 후 수사팀이 1차 회식에서 끝내지 않고 서초동 인근 바 등에 2차, 3차를 갔다는 얘기가 추가로 돌자, 서울중앙지검은 다시 입장문을 내고 “저녁 자리 관련 회식이 이어졌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확인 중에 있다”며 “김태훈 4차장 검사는 1차 참석 후 바로 귀가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2차나 3차가 이어졌는지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 구체적으로 말하기가 어렵다”고만 했다. 지난 4일 이뤄진 수사팀 회식이 2차, 3차까지 이어졌는지, 그렇다면 참석 인원이 몇명인지 등을 15일이 지난 이날까지도 검찰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얘기다.
또한 서울중앙지검 내부에선 당시 회식에 대한 내용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아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크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수사 논란에 정치권에선 검찰 수사를 못믿겠다며 특검 도입을 거론하고 있어 이번 회식 논란이 수사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회식 이후 수사팀 내 코로나 확진자가 7명까지 늘어났고, 이날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소속 직원 1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제범죄형사부는 모두 전담수사팀에 투입된 상태라 수사팀 내 추가 확진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회식 다음날인 지난 5일부터 최초 확진자인 수사관을 시작으로 수사팀 내 코로나19 감염이 시작돼 유경필 부장검사까지 총 7명의 수사팀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수사팀 전체가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김태훈 차장검사도 지난 8~10일 휴가를 내면서 대장동 수사가 차질을 빚었다.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는 당초 구속 다음날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조사가 나흘 연기됐으며 관련 방역 조치로 인해 이 기간 다른 피의자 조사도 늦춰졌다. 유 부장검사 등 수사팀 5명은 지난 17일에야 업무에 복귀했다.
부실수사 논란에 쪼개기 회식으로 물의를 빚은 수사팀은 김씨와 남 변호사에 대한 기소를 위한 막바지 혐의 정리 중이다. 형사소송법상 최대 구속 기한인 오는 22일 김씨와 남 변호사를 기소할 방침이다.
지난 17일에는 곽상도 전 의원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등 로비 의혹 관련 수사에 뒤늦게 속도를 내고 있다. 곽 전 의원 관련 압수물 분석과 조사 준비 등에 시일이 걸려 곽 전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는 김 씨 기소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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