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교육 현장 곳곳에서 이 같은 하소연이 터져 나왔다. 서울의 A고 교장은 “올해처럼 새로운 유형의 고난도 문제가 나오는 수능은 학교 교육과 맞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당초 평가원은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예년의 출제 기조를 유지하고 고난도 문제를 지양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수험생들이 느끼는 체감 난도와 큰 차이가 난 이유가 뭘까.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라 2년간 학생들의 학습 결손이 컸다는 점이 꼽힌다. 원격수업 병행과 고3 전면 등교 원칙을 폈지만, 전반적인 학력 저하 문제는 피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또 국어 영역이 유독 매년 “어렵게 출제된다”고 느껴지는 건 문해력이 떨어진 현 세대의 특성을 반영한다고 보고 있다. 전날 수능이 진행될 때 시험을 실시간으로 평가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교사단은 “국어 영역에서 자동차의 보조 카메라 장치를 다룬 기술 지문이 3분의 2단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길이가 짧아져서 쉬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이 문제를 어렵다고 꼽았다. 국어교사 출신인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지문이 짧으면 많은 정보를 압축해야 해 학생들 입장에선 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출제자 입장에서는 지문을 줄였으니 쉬워질까봐 문제를 꼬아 출제하는데 이 때문에 난도가 올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험생들이 원리를 이해하기보다 ‘정답 맞추기’ 기술 위주로 공부하는 탓도 크다. 영어 영역이 대표적이다. 절대평가다 보니 수험생들이 EBS 교재 위주로 달달 외우다시피 공부한다. 학원이나 학교에서도 ‘이 지문의 정답은 이것’이란 식으로 가르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올해부터 교육부는 EBS 연계율을 50%로 낮추고, 특히 영어는 간접연계 방식으로 바꿨다. 이러니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가 크게 오른 것이다.
과학탐구 영역도 마찬가지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올해 과탐에서 이상하게 신유형이 많이 나왔다”며 “학생들은 대부분 6, 9월 수능 모의평가와 EBS 위주로 정형화해서 공부하는데 갑자기 새로운 형태가 나오면 당황하고 틀린다”고 분석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지난해 과탐은 2개 과목에서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이 되었는데 올해는 그런 과목이 하나도 없을 거 같다”고 전망했다.
외신들도 한국 수능의 어려움을 보도했다. BBC는 18일(현지 시간) 8시간 마라톤으로 치르는 시험인 수능을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BBC는 한국 수험생들이 ‘먹고 공부하고 자는’ 생활만 반복하며 인생 커리어의 상당 부분을 좌우하게 되는 수능 시험을 준비한다고 전했다.
기사에 소개된 한 수험생은 오전 8시부터 새벽 1시까지 공부하는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며 “한국에는 ‘텐투텐(10 to 10)’이라는 말이 있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학원에 있는 건데 한국 학생들은 어린 나이부터 그걸 겪는다”고 했다.
프랑스24도 “수능은 단순히 명문대 입학 뿐 아니라 사회적 지위, 성공적인 커리어, 심지어는 결혼에까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수능 당일 학생들의 원활한 시험실 도착을 위해 은행과 주식 시장이 한 시간 늦게 열고, 수험생 집중을 위해 76개 비행편의 일정을 조정한다는 내용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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