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이 난타 배우고 사진전 개최
마을 공동체, 4년만에 40배 급증
맞춤형 행정지원으로 삶의 질 향상
마을 공동체 사업 지속적으로 확대
“해남에서 우리 마을이 가장 활력이 넘친다고 다들 부러워해요.”
전남 해남군 황산면 연호마을은 45가구 102명이 모여 사는 농촌에서는 제법 큰 마을이다. 연호마을이 주위의 부러움을 사는 것은 마을 공동체 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하기 때문이다. 부녀회원들은 폐비닐과 공병을 수집해 마련한 돈으로 매달 한 차례 영양식 죽을 만들어 어르신들을 찾아가 대접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안부를 살피고 먹을거리를 전하는 죽 봉사가 입소문을 타면서 황산면 43개 전체 마을로 퍼져 공동체 부활의 모범 사례가 됐다. 마을 입구를 꽃동산으로 꾸미고 하천가에 해바라기를 심어 마을 경관을 바꾼 것도 주민들이다. 지난달에는 주민들이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들을 한데 모아 사진전을 개최했다. 마을회관 앞 벚나무에 내걸린 사진마다 추억이 대롱대롱 걸렸다.
신옥희 연호마을 부녀회장(52)은 “어르신들의 삶이 건강할 때 농촌의 공동체도 유지된다는 생각으로 난타를 배우는 마을학교를 운영하고 3년째 사진전도 열었다”며 “참여하는 분이 하나둘 늘고 응원을 해주셔서 힘이 난다”고 말했다.
● 4년 만에 40배 늘어난 마을 공동체
해남군이 전남도가 추진하는 마을 공동체 활동 지원 사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사업은 저출산·고령화로 침체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민 스스로 마을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립형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전남도는 2022년까지 22개 시군에 2000곳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올해까지 1941곳을 선정했다. 마을 공동체는 씨앗·새싹·열매 등 3단계로 나뉜다. 시작 단계인 ‘씨앗’은 250만∼500만 원, 활성화 단계인 ‘새싹’은 800만 원, 완성화 단계인 ‘열매’는 2000만 원을 각각 받는다.
해남군이 주목을 받는 것은 2017년 2곳에 불과했던 마을 공동체가 4년 만에 40배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해남군에서는 현재 자연마을을 중심으로 한 마을 공동체 32곳을 비롯해 아파트형 공동체 4곳, 청정전남&해남 으뜸마을 47곳, 청년공동체 1곳 등 84곳이 활동하고 있다.
마을 공동체 사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올해 처음으로 황산면 연호마을이 열매 단계로 올라섰다. 새싹 단계인 현산면 백포권역 생태역사문화연구회는 전남도 우수 마을공동체 사례로 선정됐다. 해남에서 유일한 청년공동체인 화원문화학당은 농협 창고를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해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맞춤형 지원으로 삶의 질 높여
5일 해남군 해남읍 군민광장과 문화예술회관에서는 ‘온(溫) 마을 모닥모닥’을 주제로 제1회 해남군 공동체 한마당 행사가 펼쳐졌다. 연호마을 등 8곳이 우수 사례를 발표하고 홍보 전시 부스를 운영하는 등 그동안의 성과를 보여줬다.
해남군은 행정구역 중 가장 기초단위인 마을에서 주민 자치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행정력을 모았다. 마을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19년 10월 마을 공동체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올 6월 해남읍 공유주방 3층에 ‘해남군 사회적공동체 지원센터’를 개원했다.
지원센터는 마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자원조사, 역량강화 교육, 컨설팅 등을 통해 마을공동체를 발굴·육성하고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해남군은 내년에 신규 으뜸마을 50곳을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다. 마을공동체를 맞춤형 밀착형으로 지원하기 위해 ‘마을 행복디자이너’를 육성해 배치하기로 했다.
명현관 해남군수는 “주민 스스로 마을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를 복원해 나가는 사업이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주민 스스로 자치를 실현하는 사업을 적극 발굴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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