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구급차 부족 목소리…“20분 걸린다니 택시 잡는 환자도”

  • 뉴스1
  • 입력 2021년 11월 22일 09시 44분


지난 5월 제주대학교 기숙사에서 119구급대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을 이송하고 있다.2021.5.11/뉴스1 © News1
지난 5월 제주대학교 기숙사에서 119구급대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을 이송하고 있다.2021.5.11/뉴스1 © News1

“한번은 저희가 관할 외로 출동을 하는데 저희가 출동을 해도 5~6㎞가 넘고 한강 다리도 건너가야 하는 상황이라서. 차도 많고 해서 20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하니 환자분이 그냥 자기가 택시 타고 간다고 하시더라고요”

서울에서 근무하는 구급대원 A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출동이 빈번해지는 가운데 자신이 관할하는 지역 바깥으로 ‘원정’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송할 환자가 발생했음에도 출동할 인력과 구급차가 없으니 인근의 다른 소방서에 출동 요청이 자주 들어오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출동하는 거리도 점점 멀어졌다. A씨는 “최근에 13㎞ 떨어진 다른 구까지 출동을 했다”고 밝혔다. 환자가 발생한 지역의 소방서에 구급차가 없어 인근 소방서에 요청했지만 그쪽에도 출동할 인력과 장비가 없어 A씨의 지역까지 요청이 전달된 것이다. A씨는 다른 지역에 근무하는 동료 구급대원에게도 10㎞가 넘는 거리를 출동했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관련 이송 환자가 늘었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관련 환자의 경우 방역 등의 문제로 이송이 까다로워 현장을 거쳐 병원까지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진다고 설명했다.

구급대원들의 업무과중과 구급차 부족 문제에 대한 지적은 앞서서도 있었다. 지난 6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제는 응급상황에서도 119구급차는 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의 작성자는 자신을 ‘상황실에서 근무하는 소방공무원’이고 소개하며 기존에도 구급차가 부족했는데 코로나 상황이 겹쳐지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급차가 부족한 와중에 지역별로 코로나 (백신) 접종센터에 전진 배치를 한대씩 하고 있다. 몇대 없는 구급차 중 한대를 빼 하루종일 접종센터에서 접종업무를 하고 있다”라며 이와는 “별도로 코로나 확진자를 자택에서 생활치료 센터로 이송하거나 병원으로 이송하느라 구급차는 또 없게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확진자를 이송할 경우 소독 등의 작업이 필요해 해당 구급차는 한동안 운행을 하지 못하게 된다며 긴급 환자가 발생해도 구급차가 제때 가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앞서 8월 경기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 공공보건의료 조사팀이 구급대원 20명을 인터뷰해 작성한 ‘119구급대원들이 전하는 코로나 시대의 응급환자 이송체계변화’에도 환자 수송에 어려움을 겪는 구급대원들의 목소리가 담겼다.

인터뷰에서 한 소방대원은 “인원이 없는 와중에도 생활치료센터, 접종센터 파견까지 추가적인 업무가 생기고, 적은 인원으로 돌리니 구급차가 멈추게 되고, 다른 센터에서 다시 파견이 오는 악순환 상황입니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구급대원들은 코로나 관련 환자를 이송하게 되면 정밀 소독을 해야 하며 이외 기타 환자를 이송했을 때도 기본 소독을 해야 하기에 구급차가 한번 출동을 하면 돌아오는데 시간이 더 걸리게 됐다고 전했다.

또 구급대원들은 병원들이 코로나 유증상자들을 구분해서 수용하기 때문에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선정하는 작업에도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서도 인터뷰에 참여한 구급 대원은 “코로나 이전에는 병원에 사전 연락 없이 이송을 했는데, 지금은 열이 있으면 미리 병원에 연락을 해야 되고 격리실이 없으면 타지역이나 다른 병원에 전화해야 한다”라며 “단순 허리 통증인데 환자가 갈 병원이 없어서 구급차에서 3시간 기다린 적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한편,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33분이었던 119구급대의 평균 환자 이송 시간(출동에서 병원 도착까지)은 2021년 6월 기준 39분으로 6분가량 늘었다. 이송 시간이 60분을 초과하는 비율도 2019년 2.8%에서 2021년 6월 8.8%까지 증가했다. 2021년 1월부터 8월까지 코로나 관련 환자 이송 건수도 21만6000여건을 기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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