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층간소음 살인미수 사건’에서 경찰의 부실 대응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현장 대응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경찰 각 지구대에서 시행중인 현장 대응 메뉴얼에 따르면 범인이 흉기를 든 상황일 경우 테이저건을 사용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해당 사건에서 현장에 출동한 논현경찰서 소속 모 지구대 경찰관은 테이저건을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현장에 있던 피해자 가족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여경은 40대 여성이 (흉기에) 찔리는 것을 본 순간 생명과 직결됐다고 생각했고, 이런 상황에서는 피해자 구호가 먼저라고 학교에서 배워 119 구조 요청을 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에 1층으로 내려갔다는 답변을 들었다”라고 말하면서 경찰의 대응을 문제 삼았다.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흉기를 휘둘렀음에도 여경은 지원 요청을 한다는 이유로 현장을 이탈한 것이다.
경찰은 매뉴얼에 피의자가 흉기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는 테이저 건을 사용하는 것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당시 상황을 잘 알지 못해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논현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은 피의자가 흉기를 들고 있으면 테이저건을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 “당시 상황을 지구대 대원들에게 보고를 받지 않아 테이저건 사용에 대한 판단은 조사가 필요하다”면서도 “피의자가 흉기를 들고 있고, 제 3자가 다칠 상황이면 테이저건을 사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해당 사건을 감찰 중인 인천경찰청 감찰 관계자는 “지구대원들은 3단봉과 권총, 테이저건을 사용하지 않았다”라며 “왜 매뉴얼대로 사용을 하지 않았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익명을 밝힌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관들이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받았어도 현장은 또 다른 영역”이라며 “사격술 등 직무훈련에만 촛점을 맞추지 말고, 현실에 적용 가능한 훈련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체득이 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청에서 현장 대응 매뉴얼을 계속 내려봐야 종이 쪼가리에 불가하다”며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게 맞다”라고 말했다.
부실 대응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자 경찰청은 21일 오후 5시부로 해당 사건 담당 경찰서인 인천 논현경찰서장을 직위해제하고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또 현재 대기발령 중인 논현경찰서 현장 출동 경찰관 2명에 대해 감찰 후 엄중 조치하겠다고도 했다.
가족 측은 이후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찰 대응을 지적하며 처벌을 호소하는 글을 남겼으며, 청와대 답변 요건인 20만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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