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을 피해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30대 여성이 스토킹 등으로 인한 신고를 다섯 차례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남자친구로부터 피살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내자동 청사에서 진행된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6월26일부터 5번의 관련된 신고가 들어왔다”며 “첫 신고는 남자친구 A씨(35)가 짐을 가지러 왔다며 집에 들어오려고 한대서 현장 출동을 했고, 스토킹처벌법 시행 전이어서 남자를 지하철역까지 격리시키고 경고장을 발부한 뒤 B씨에겐 신변보호에 대해 안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7일 피해자 B씨로부터 두 번째 신고를 받은 뒤 임시숙소에 머무르게 하고 즉시 법원에 A씨에 대한 100m 이내 접근 금지, 정보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스토킹 중단 경고 등 잠정조치를 신청했다. 법원은 이를 9일 결정했다.
7일 신고 이후 임시숙소 등에 머물던 B씨는 8일에 주거지에 짐을 가지러 가야 한다며 신고해 경찰은 동행 및 집 비밀번호 변경, A씨에게 카드 회수 조치를 진행했다. 9일에도 A씨가 B씨 회사 앞에 왔다가 만난 뒤 헤어진 상황이라며 신고를 받았고, 경찰은 9일 B씨와 주거지 동행 방문 조치했다.
경찰은 지난 9~18일 B씨와 12회 정도 통화하며 신변을 물었다. 그러나 A씨는 19일 오전 11시30분쯤 서울 중구의 오피스텔에서 전 여자친구인 30대 여성 B씨를 살해했다.
경찰은 B씨가 사건 당일 스마트워치로 두 차례 긴급신고를 했지만 최초 신고 위치값 오류로 엉뚱한 장소로 출동한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밝혔다.
스마트워치로 신고하면 경찰서 상황실과 담당 수사관 등에 알림이 가도록 돼있다. 다만 일반 스마트폰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위치값처럼 오차는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계적으로 기지국 방식의 회신이 이뤄지면서 오차가 더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입장에서 제일 아픈 부분으로,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최초에 주거지로 보내는 조치를 취했으면 시간이 짧지만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라며 “매뉴얼상으로는 신고 위치값에 직원을 보내도록 돼있다”고 말했다.
또한 경찰은 첫 신고 당시 남대문경찰서에서 엉뚱한 장소로 출동한 점에 대해 중부경찰서 상황실에서도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자체 판단 후 주거지로 출동하라는 지령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2차 신고를 받고 주거지로 가도록 지령을 한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그 전부터 작업을 했다”며 “2차 신고 받을 때와 집 이동이 거의 동시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A씨가 범행 후 B씨의 휴대전화를 챙겨 버린 점에 대해서는 “왜 가져갔는지 확인을 해보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A씨는 화장실에 다른 옷가지 등을 버리고 갔고, B씨의 휴대전화 전원이 켜져 있어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의 휴대전화를 수거해 A씨와 B씨 휴대전화를 포렌식할 예정이다.
또한 경찰은 A씨는 도주 후 자해흔적이 없으며, 도주 당시 자신의 휴대전화를 비행기 모드로 바꿔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A씨의 신상공개에 대해서는 현재 검토 중이진 않지만 추후 검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A씨는 범행 후 도주했다가 하루 만인 20일 동대구역 인근 호텔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A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2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날 오후 3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 진행된 이후 구속 여부가 나올 전망이다.
경찰은 A씨의 범행이 계획적이었다는 것으로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본인 주장으로는 우발 범죄 관련 뉘앙스가 있지만 피의자 조사 시 본인이 유리한 쪽으로 진술하기 때문에 범행 시도 및 동기에 대해선 수사가 좀 더 필요하다”라며 “우발적인지 계획적인지에 대한 부분은 범행 준비 과정 등을 정확히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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