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참사 하청 대표 “건물 무너지기 전 불법 재하도급 몰라”

  • 뉴시스
  • 입력 2021년 11월 22일 13시 12분


사상자 17명을 낸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 4구역 철거 건물 붕괴 참사 관련 재판에서 하청업체 대표가 ‘붕괴 이전에는 불법 재하도급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정지선 부장판사)는 22일 201호 법정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건축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학동 재개발 정비 4구역 시공업체(현대산업개발), 하청·재하청 업체(㈜한솔·백솔) 관계자와 감리 등 공범 7명에 대한 제5회 공판기일을 열었다.

법정에서는 하청업체 ㈜한솔 대표 김모(50)씨를 상대로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검사는 ‘불법 재하도급에 따른 지분 쪼개기와 공사 단가 후려치기가 졸속 공사를 초래했다’는 점을 밝히기 위한 질의를 이어갔다.

현대산업개발은 학동 4구역 일반 건축물 철거 공사를 한솔에 맡겼다. 공사비는 50억 7000만 원이었다.

한솔은 다원이앤씨와 ‘이면 계약’을 맺고 공사비를 ‘7대 3’으로 나눠 챙긴 뒤 백솔에 11억 원으로 재하청을 줬다.

김씨는 ‘재하도급 금지 규정(현대산업개발-한솔)이 있는데, 왜 백솔과 불법 재하도급 계약을 맺었냐’는 검사의 질문에 “금지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일시불로 전체 공사권(일반 건축물 철거)을 줬을 때 (재)하도급인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어 “(건물 붕괴) 사고 이후 금지 규정을 어긴 것으로 확인했다. 백솔에는 중장비(굴착기 등) 대여 때문에 (재)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원이앤씨와 이면 계약을 맺고 함께 철거 공사를 했고, 해체 계획서와 다른 방식으로 공사가 이뤄지는 사실도 알았다”고 인정했다. 다만, “굴착기가 넘어질 것 같아 평탄화 작업을 지시했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공사 대금이 대폭 준 것에 대해서는 “철거를 하는 데 무리가 없는 금액이라고 봤다”고 주장했고, “공사 브로커인 문흥식씨 등에게 수주를 대가로 1억 원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붕괴 참사에 공동 책임이 있는 피고인 7명은 원청 시공업체 현대산업개발(HDC) 현장소장 서모(57)씨·공무부장 노모(57)씨·안전부장 김모(56)씨, 하청업체 ㈜한솔 현장소장 강모(28)씨, 이면계약 하청업체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김모(49)씨, 재하청 업체 ㈜백솔 대표 겸 굴착기 기사 조모(47)씨, 감리 차모(59·여)씨다.

이들은 철거 공정 전반에 대한 안전 관리·감독 소홀로 지난 6월 9일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 4구역에서 철거 중인 지하 1층·지상 5층 건물의 붕괴를 일으켜 시내버스 탑승자 9명을 숨지게 하고, 8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학동 4구역 내 주요 하청 철거 계약 구조는 ▲일반 건축물(재개발조합→현대산업개발→한솔·다원이앤씨→백솔) ▲석면(조합→다원·지형이앤씨→대인산업개발→해인산업개발) ▲지장물(조합→거산건설·대건건설·한솔) ▲정비기반 시설(조합→효창건설·HSB건설) 등으로 파악됐다.

철거 공사비는 불법 재하도급 구조와 이면 계약을 거치면서 3.3m²당 28만 원→10만 원→4만 원→2만 8000원까지 크게 줄었고, 건물 해체 물량이 뒤에서 앞으로 쏠리는 수평 하중을 고려하지 않은 날림 공사로 이어졌다.

당시 면밀한 사전 구조 검토 없이 내부까지 흙더미(11m 높이)를 쌓고 ‘ㄷ자 형태’로 만든 건물을 과다 살수와 함께 무리하게 철거하면서 흙더미와 1층 바닥 구조물(슬래브)이 내려앉으며 건물이 통째로 붕괴했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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