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를 구속 상태로,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지난 9월29일 전담수사팀이 출범한 지 54일 만이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들인 ‘4인방’을 모두 재판에 넘긴 검찰은 또 다른 배임 공범인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투자팀장 정민용 변호사에 대한 남은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화천대유가 막대한 이익을 얻고 나누는 과정에서 불거진 로비 의혹 및 윗선 규명 수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김씨와 남 변호사, 정 회계사를 특경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배임 혐의의 수익자이지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 변호사가 공사 측에 651억원 이상의 손해를 끼쳤던 배임 행위에 적극 가담해 공범이 성립된다고 봤다.
김씨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뇌물 700억원을 약속(뇌물공여약속)하고 회삿돈을 빼돌려 5억원을 지급한 혐의(뇌물공여·특경법상 횡령)와 허위급여를 제공한 혐의(업무상 횡령)를 적용했다.
남 변호사는 회삿돈을 빼돌려 공사 투자사업팀장인 정민용 변호사에 35억원을 뇌물로 주고(뇌물공여·특경법상 횡령), 범죄수익의 취득 및 발생 원인을 가장한 혐의(범죄수익은닉법 위반)를 받는다.
김씨의 첫 구속영장에 포함됐던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50억원 뇌물공여 혐의는 이번 기소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의 금품수수 의혹을 비롯해 제기된 각종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계속 수사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곽 전 의원 아들 병채씨를 조사하고 곽 전 의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보강조사를 벌였지만 아직 곽 전 의원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곽 전 의원은 대장동 사업 초기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될 위기를 막기 위해 하나은행 측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병채씨가 화천대유로부터 받은 퇴직금 명목의 돈 50억원이 이로 인한 대가라고 의심하며 곽 전 의원에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해당 50억원은 처분하지 못하도록 추징보전 청구 절차를 완료한 상태다.
곽 전 의원 외에도 정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해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이 유력한 조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들도 아직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특검은 ‘50억 클럽’ 의혹에 연루된 인물로 2016년 특검에 임명되기 전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했다. 박 전 특검의 딸은 2015년 6월 입사해 화천대유가 보유한 대장동 미분양 아파트 1채를 분양받았고, 박 전 특검 로펌 소속 조모 변호사는 천화동인 6호 대표이다.
2014년 박 전 특검이 대표 변호사로 재직한 로펌 사무실에서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사업 논의를 했다는 의혹과 함께 박 전 특검 인척 이모씨가 김씨로부터 109억원을 받아 이 중 100억원을 토목업자 나모씨에 전달했다는 의혹, 2014년 이씨가 대장동 사업 관련 분양업체 선정 등의 권한을 받는 대가로 남 변호사 등에 50억원을 주기로 하고 그 중 45억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성남시와 성남시의회 개입 의혹 및 윗선 규명 수사 결과도 주목된다.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의 경우 김씨에게 유 전 본부장을 연결해줬을 뿐 아니라 화천대유 임원으로 근무하며 성과급으로 40억원을 챙기고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30억원의 금품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또한 남 변호사 등으로부터 한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관련 로비 명목으로 2억원을 받은 의혹, 황무성 전 공사 사장에 직접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유한기 전 공사 개발본부장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다만 유 전 본부장과 최 전 의장 사건은 검찰이 아닌 경찰이 먼저 수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남부청은 지난 16일 유 전 본부장을 소환조사하고 17일 최 전 의장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대장동 사업 연관성을 밝혀내는 것도 관건이다. 이 후보는 대장동 사업 최종 책임자로서 이 후보가 여러 공문을 직접 결재했고 2015년 2월 정 변호사로부터 공사 이익을 확정한 공모지침서를 보고받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정책실장이었던 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은 황 전 시장 사퇴 종용 의혹에 연루돼있다.
검찰은 초기 대장동 사업에 관여했던 이강길 전 씨세븐 대표와 부산저축은행 브로커이자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 인척인 조모씨를 불러 조사하는 등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 수사도 들여다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당시 대검 중수2과장이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대장동 사업 대출 건을 수사에서 제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대표와 정 회계사가 참여했던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옛 대장PFV)가 조씨를 통해 1155억원대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고, 조씨는 대출 알선료로 10억3000만원을 받았는데 조씨는 2011년 입건되지 않았다가 2015년 알선수재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았다.
남아있는 과제가 워낙 많은데다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어 정치권에서는 특검 논의가 진행 중이다.
특검에 미온적이었던 민주당은 대장동 의혹에 대한 특검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윤 후보 관련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도 수사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이를 ‘물타기’라 주장하며 대장동·고발사주를 위한 ‘쌍특검’을 역제안하고 있다.
또 방식에 있어서도 상설특검법를 준용하자는 여당과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4배수의 특검 후보군을 추천한 뒤 여야 합의로 2명으로 압축하면, 대통령이 1명을 최종 임명하자는 내용으로 김기현 원내대표가 발의한 ‘이재명 특검법’에 따르자는 야당의 입장 차가 뚜렷하다.
수사 기간도 쟁점이다. 일반특검은 1차 70일에 최장 30일까지 연장 가능하다. 상설특검은 60일에 30일을 연장할 수 있다.
지금까지 특검이 임명돼 수사를 마치기까지 20일간의 준비 기간, 60일간의 수사 기간, 여기에 추가 30일까지 통상 110일이 주어진다. 하지만 22일 기준으로 차기 대선까지 107일 남아있어, 특검이 성과를 내는 데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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