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이과 통합 시험으로 지난 18일 치러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현장 교사나 입시업계 예측보다 수험생들이 더 어렵게 느낀 ‘불수능’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두 차례 모의평가를 치르고도 수험생 수준 파악에 실패한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이투스교육·메가스터디·대성학원·진학사·종로학원·유웨이 등 입시업계에 따르면 이번 수능 영역별 1등급 커트라인 원점수는 지난해 수능과 비교해 낮게 형성될 전망이다. 1등급 커트라인 원점수가 낮을수록 시험이 어려웠던 것으로 평가된다.
국어의 경우 화법과작문은 82~85점, 언어와매체는 82~84점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수능 1등급 커트라인은 88점이었는데 이와 비교해 최대 6점 낮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학도 선택과목별로 확률과통계는 85~89점, 미적분은 81~85점, 기하는 83~86점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수능 수학 1등급 커트라인은 이과생이 치른 가형과 문과생이 치른 나형 모두 92점이었다. 이와 비교해 많게는 11점이나 차이가 났다.
상대평가인 국어·수학과 함께 절대평가인 영어에서도 수험생들이 고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원점수 90점 이상으로 1등급을 가져간 비율이 지난해 수능은 12.7%였는데 올해는 6~8%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5%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채점 결과만 놓고 보면 불수능이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게 현장 교사들과 입시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입상담교사단과 입시업계는 수능 당일 영역별 시험 종료 이후 지난해 수능과 난도가 비슷했다는 분석을 내놨지만 수험생 사이에서는 ‘역대급’으로 어려웠다는 성토가 나왔다. 결국 체감 난도가 전문가들의 예상 범위를 뛰어 넘는 수준으로 높았다는 이야기다.
평가원이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어떤 선택과목을 고르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에 너무 신경 쓴 나머지 전체 수험생의 수준을 고려한 문제 출제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결과적으로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수험생 수준 파악에 실패한 것이 난이도 조절 실패로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 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2년째 지속하는 상황에서 전반적 학력 저하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6·9월 모의평가를 통해 수험생 수준을 정확하게 진단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코로나 시대 수험생이 풀기에는 어려운 수능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도 “평가원의 난이도 조절 실패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평가원 모의평가와 교육청 학력평가로 수험생의 학력 수준을 측정하고 이를 반영해 수능 문제를 출제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1교시 국어부터 어렵게 출제…3교시 영어까지 여파” 분석도
불수능을 만든 요인으로 문제 자체가 까다로운 지점도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수험생이 가장 긴장하는 1교시 국어에서 초반부터 고난도 문항이 배치돼 3교시 영어까지 여파가 미쳤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임 대표는 “국어 독서 파트 4번부터 9번까지 ‘헤겔 변증법’을 다룬 까다로운 지문이 나온데 이어 10~13번도 기축통화 관련 경제 지문이 배치되면서 수험생들은 ‘멘붕’(멘탈붕괴‘)에 빠졌을 것”이라며 “킬러 문항이라고 할 만한 문제는 없었지만 준킬러 문항이 많아 가채점 결과를 봐도 정답률이 전반적으로 높지 않은 현상이 포착된다”고 말했다.
수학의 경우도 ’보너스 문항‘이라는 평가까지 나오는 1번 지수 문항부터 까다롭게 출제돼 수험생들이 느끼는 체감 난이도가 확 올라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만기 경기 남양주 판곡고등학교 교사는 “수학 1번은 워밍업 성격이 강한데 올해는 지수에 무리수를 결합해서 합체공식을 활용하도록 꼬아서 출제한 것이 사실”이라며 “4점 짜리 문제도 과거 수능에서는 ’킬러 문항‘을 제외하면 중위권 수험생도 손 댈 만한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모두 어렵게 출제됐다”고 평가했다.
조 교사는 이어 “문제 객관적 난도만 놓고 보면 불수능으로 평가하기 어렵지만 이는 교사의 시각이고 수험생 입장에서는 국어부터 당황하기 시작해 영어 시간까지 초조함을 안고 풀면서 더 어렵게 느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대표는 “영어의 경우 EBS 연계율이 50%로 하락하고 직접연계가 폐지됐다는 것을 고려해도 직전 수능과 비교해 1등급 비율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과하다”며 “절대평가 취지를 살리려면 기복이 없어야 하는데 롤러코스터 시험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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