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위원장인 위수민 한국교원대 교수는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수험생은 물론이고 입시업계도 ‘불수능’이라고 평가하는 이번 수능에 대해 출제 책임자가 처음으로 견해를 밝힌 것이다.
위 위원장은 “6월과 9월 모의평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학력 수준)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학생들 수준이 생각보다 더 낮았던 것 같다”며 “(코로나19로) 1년 사이에 중간계층이 예상보다 많이 무너졌다는 걸 학생들 반응을 보고 추정한다”고 말했다.
출제진은 국어와 수학 영역의 경우 지난해 수능과 올해 모의평가보다 쉽거나 비슷하게, 영어 영역은 지난해 수능보다 조금 어렵게 냈다고 한다.
그는 “영어는 지난해 만점자가 12%나 나와 영어 영역 위원장이 ‘7∼8%로 맞추겠다’고 했는데 비슷한 수준으로 나왔다”며 “국어 영역 위원장도 ‘이 정도면 수험생들이 충분히 알 수 있다’고 했다. 각 영역 위원장은 최소 수능 출제를 10번 이상 한 분들”이라고 덧붙였다.
“독서 부족에 ‘비문학 상식’ 생소해해 ‘수포자’ 늘어 수학 어렵다고 느낀듯 EBS 연계율 하락도 또다른 원인”
위수민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장(사진)은 22일 통화에서 “예상 밖이다” “황당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이번 수능은 영어 영역을 제외하고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했고 당일 입시업체들도 대부분 동의했는데, 시험 직후 수험생들은 ‘불수능’으로 받아들인 탓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올해 국어 영역은 현 수능 체제 도입(2005학년도) 이래 가장 어려웠던 2019학년도보다 난도가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동서양 천문학 분야의 개혁 과정을 다룬 지문과 함께 만유인력 그래픽 해석 문제가 출제돼 비난이 이어지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실상 사과했다.
출제진과 수험생 사이 간극의 원인으로 위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학력 저하’와 ‘EBS 연계율 하락’을 꼽았다. 그는 “옛날에는 학생들이 이것저것 많이 읽었는데 요즘은 공부만 하다 보니 올해 ‘자동차 문제’(자동차 운행 보조 카메라를 다룬 지문)도 생소해한 것 같다. 2019학년도 시험 때도 만유인력은 고등학생 정도 되면 아는 건데 어려웠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올해 수능은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지며 문과생이 불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만큼 수학 영역 난이도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수학 영역에 대해 위 위원장은 “적정히 출제했는데 매년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상위권은 3년이 아니라 12년을 열심히 했고 1점 때문에 원하는 대학을 가고 못 가기 때문에 상위권에 변별력이 있도록 출제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을 부인하지 않았다. 2년째 정상적인 학교 수업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위 위원장은 “학력이 떨어지긴 떨어졌을 것”이라며 “고난도는 없었지만 중난도가 많이 출제됐는데, 그런 문제들을 어렵게 생각하면 중간계층이나 중하위권이 많이 무너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 분석에서도 확인된 내용이다. 앞서 교육부는 6월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중고교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늘고 중위권(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학력 저하가 두 번의 국가 차원 시험에서 확인된 셈이다.
올해는 과학탐구 영역도 만점자를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수험생들은 그 이유를 ‘신유형’ 문제에서 찾고 있다. 이에 대해 위 위원장은 “지난해까지는 EBS에서 70%를 직접 연계해 4문제 중 3문제가 똑같은 유형이었지만 올해는 4문제 중 2문제만 똑같고 2문제는 창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제 형식만 조금 바뀐 것뿐 신유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EBS 유형만 달달 외운 것 같다. 연계율이 낮아진 첫해라 아직 적응을 못 한 학생들도 있겠지만 내년에는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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