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민들이 도로 위 불타는 차량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운전자와 동승자를 구해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21일 오후 5시40분경 부산 중구 영주터널 앞 대신동-부산역 방면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 당시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23일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영상에는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흰색 승용차의 모습이 담겼다. 충돌과 동시에 승용차 앞쪽에서 회색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이내 불길이 번졌다. 운전자는 의식을 잃은 듯 차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이때 사고 현장을 지나던 택시 한 대가 갑자기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택시기사 A 씨는 불길 속으로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차 안에 사람이 있는 걸 확인한 A 씨는 차 문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사고 충격으로 문이 열리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사다리차 기사 B 씨가 나섰다. B 씨는 본인 차량에 있던 공구를 가져와 A 씨와 함께 차량 유리창을 깨고 운전자 구조에 나섰다. 다른 시민들까지 합세한 덕분에 운전자는 무사히 밖으로 구조됐다.
퀵서비스 기사 C 씨는 구조된 운전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 다른 시민 D 씨는 119에 신고한 뒤 동승자 구조에 동참했다. 영주터널 관리직원인 E 씨와 F 씨도 터널 인근에 비치돼 있던 소화기를 가져와 불을 끄기 시작했다.
구조 후 이들은 2차 사고 방지를 위해 주변에 떨어진 파편들까지 깨끗이 치웠다. 경찰에 따르면 불은 소방대에 의해 10여 분 만에 꺼졌고, 사고 차량 운전자와 동승자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경찰은 페이스북을 통해 “화재로 인한 차량 폭발이 우려되는 위급한 현장에서 자신의 안위보다 소중한 생명 구조에 앞장선 시민들이 진정한 영웅이다. 경찰은 구조에 도움을 준 시민들께 감사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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