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부대 5명이 군홧발로 밟고, 머리끄덩이를 잡았다. 양쪽 어깨를 잡고 벽으로 밀쳐 대검으로 가슴을 찔렀다. (병원에 있을 때는) 데리고 나와 지하실로 끌고 가 신문을 했다. 나는 지금도 거기에 정말 반항하고 싶다.”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사망 이튿날, 5·18 광주민주화운동(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무력진압에서 살아남은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측은 24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무력 진압으로 사망하거나 후유증을 앓고 있는 5명, 부상자 40여명, 유죄판결자 20여명 등을 대리해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민변 측은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를 적극 대리하는 변호인단을 구성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무력진압의 피해자들이 직접 나와 발언했다.
당시 19살이었던 A씨는 공부를 하러 언니 집으로 가다 공수부대 5명에게 군홧발 등으로 맞고, 대검으로 가슴과 등을 찔렸다고 말했다. 그는 “공수부대 5명이 저를 잡고 발로 배도 차고, 가슴을 주무르고 했다”며 “(그러다) 양쪽으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저를 데리고 가더니 벽으로 밀치고 가슴을 찔렀다. 처음엔 대검에 맞은지도 몰랐다”고 했다. 쓰러져 있던 A씨는 주변에 숨어 있던 학생들의 도움으로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살 수 있었다고 전했다. 병원에 있을 때는 수사관들이 찾아와 지하실로 데려가 시위 참여 여부 등을 묻는 신문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이야기를 하며 “나는 지금도 거기에 반항하고 싶다. 항상 트라우마에 쫓긴다.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피해자들은 전날 사망한 전씨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동생을 잃었다는 안경수씨는 “끝내 이렇게 가는 모습을 보니 참담했던 그때가 떠올라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그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전두환이 죽었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 가족들이라도, 정말 장례 치르기 전이라도 사죄했으면 정말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장을 접수한다.
민변은 이번 소송을 제기하는 이유로 ▲일부 보수세력들이 1980년대 전두환 정권처럼 민주화운동을 ‘북한 특수공작원 선동’ 등으로 폄하하고 있는 점 ▲전씨가 “당시 무력 진압은 자위권 발동” 등으로 주장하는 등 진실을 부인했던 점 ▲5·18보상법을 통한 보상이 민주화운동 취지를 왜곡시켰던 점 등을 들었다.
5·18보상법은 1990년 제정된 옛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을 말한다. 이 법은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인한 노동능력 상실 정도 및 급여 등에 따른 일정한 생활지원과 보상을 하도록 규정했지만, 배상이 아닌 보상으로 한정해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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