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마산로봇랜드가 대표적이다. 2008년 정부 공모 사업으로 추진해 ‘로봇산업 선도도시’라는 청사진을 내세운 김태호 경남도지사와 황철곤 마산시장의 합작품이다. 10여 년의 우여곡절 끝에 본궤도에 오르는 듯했지만, 2단계 추진을 앞두고 파행 위기를 맞았다.
민간 사업자가 “2단계 사업에 필요한 부지 1420m²를 창원시 등이 제때 넘기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며 협약 해지를 통보하고 창원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창원시가 1100억 원을 민간 사업자에게 물어주도록 판결했다.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추진했던 5조 원 규모의 글로벌테마파크(테마파크) 사업도 두고두고 말썽이다. 홍 전 지사는 지방선거를 1년 앞둔 2013년 “아시아 최대 테마파크로 조성하겠다”고 공약한 뒤 재선에 성공하고는 약속을 스스로 깼다. ‘선거용 공약’이었다는 비판이 당연히 쏟아졌다.
테마파크 무산은 창원시와 경남개발공사가 공동 유치한 웅동복합관광레저단지 사업(총사업비 3325억 원)으로 불똥이 튀었다. 테마파크 예정 부지의 72%가 창원시와 경남개발공사가 ㈜진해오션리조트에 내주기로 협약한 웅동복합관광레저단지 터와 겹친다. 협약은 홍 전 지사가 테마파크를 조성키로 한 시점보다 4년 전인 2009년 체결됐다.
진해오션리조트는 수익성이 좋은 36홀짜리 골프장(아라미르)만 짓고 휴양문화, 숙박시설, 스포츠파크는 조성하지 않고 있다. 진해오션리조트는 “테마파크 추진으로 사업 일정에 큰 차질을 입어, 협약 변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약 변경을 놓고 창원시와 경남개발공사는 서로를 비방하며 책임 전가에 급급하고 있다. 급기야 경남도가 이달 초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안상수 전 창원시장이 2016년 “한류문화 성지로 만들겠다”고 추진한 창원문화복합타운(SM타운)도 ‘분해’ 직전이다. 부동산 업체에 대한 특혜 논란으로 경남도 감사와 검찰 수사까지 받으면서 완공됐지만, 적자 운영이 예상되면서 1년 6개월이 넘도록 개관조차 못하고 있다.
이들 사업 모두 유치 당시 제시한 청사진은 오간 데 없고 행정의 신뢰가 무너졌다. 재정 낭비를 초래하고도 책임지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도시 경쟁력 강화, 장기적인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민자 유치는 필요하다. 재정 사업만으로 힘든 경기 부양 사업을 공격적으로,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자 유치는 자치단체장에게 유혹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민간 사업자는 경제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미련 없이 발을 뺄 궁리부터 한다.
사전에 철저한 비용 대비 효과를 분석하고, 민간 사업자가 ‘먹튀’할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협약서를 치밀하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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