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공소장 유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공수처가 이 고검장을 기소한 수원지검 수사팀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예고하면서 두 기관이 이같이 정면충돌했다. 공수처 출범 이후 축적됐던 기관 간 갈등이 이번 압수수색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공수처의 내부 메신저 압수수색 놓고 충돌
2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23일 수원지검 수사팀 검사들에게 “26일 대검찰청과 수원지검에서 진행할 예정인 압수수색에 참관하라”고 통보했다. 수사팀이 이 고검장 공소장을 유출한 것 아닌지 검찰 내부 메신저를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그러자 수사팀은 24일 오전 8시경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입장문을 올려 “공소장 유출 사건과 관련해 5월 14일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대검찰청에서 진상조사를 한 결과 수사팀은 무관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알고 있고, 감찰 조사도 받은 적 없다”면서 “공소장은 기소가 되면 즉시 자동으로 검찰 시스템에 업로드돼 검찰 구성원 누구나 열람할 수 있었던 것인데 유독 수사팀 검사들만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표적수사’”라고 반발했다.
앞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수사팀은 올 5월 12일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 고검장을 불구속 기소했는데 다음 날 요약본 형태의 공소장이 언론에 보도됐다. 이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진상조사 지시가 내려져 대검 감찰로 이어졌고, 한 시민단체가 이 사건을 고발하면서 공수처는 올 5월 24일 ‘공제4호’라는 사건번호를 붙여 6개월째 수사해왔다.
수사팀의 입장문에 대해 공수처는 오전 11시경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이 사건과 관련해 수원지검 수사팀뿐 아니라 공소장 작성, 검토 등의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관련자들에 대해 모두 수사 중인 상태”라며 수사팀의 ‘표적수사’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 “보복수사” vs “명예훼손”
수원지검 수사팀은 또 “공수처는 이 검사장 황제 소환 보도와 관련해 담당 수사팀을 불법 내사하는 등 보복성 수사를 했던 사실이 있다”며 “공수처장 등의 ‘허위 보도자료 작성 사건’을 수사한 데 대한 ‘보복수사’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올 3월 공수처는 이 고검장을 한 차례 불러 조사하면서 공수처장의 관용차량을 제공해 이른바 ‘황제 조사’ 논란이 일었고,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한 혐의로 당시 공수처 대변인이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보복수사’ 운운은 근거 없는 것으로,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를 기치로 삼는 공수처와 소속 검사, 수사관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수처가 26일 압수수색에 참관하라고 통보한 검사 중 5월 공소장 유출 당시 이미 수원지검 수사팀을 떠난 검사 2명이 포함된 것을 두고도 논쟁이 벌어졌다. 올해 1월 수사팀에 파견됐다가 올 3월 법무부의 파견 연장 불허로 원소속인 평택지청으로 돌아갔던 임세진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만일 5월 12일 제가 수사팀에 속했다는 내용의 수사기록으로 영장을 받았다면 이는 법원을 기망해 얻은 위법한 압수수색”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공수처는 “허위의 수사기록으로 법원을 기망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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