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위드코로나]
코로나 환자 몰려 일반의료 차질… 응급실 운영 축소하고 임시 중단도
수도권 코로나 중증병상 83.7% 가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응급 환자의 이송 및 전원(轉院)을 자제 요청하오니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수도권 119상황실과 소방서, 타 의료기관에 보냈다. 응급실 의료진이 코로나19 중환자 진료에 투입되면서 일반 응급환자를 받기 어려워진 탓이다. 서울대병원은 코로나19 3차 유행이 시작된 지난해 11월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코로나19 중환자 급증에 따라 비(非)코로나 환자 진료에 차질이 발생하는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24일 오후 3시 기준 서울 시내 주요 병원(지역응급의료기관급 이상) 50곳 중 18곳이 일부 응급 환자에 대해 ‘진료 불가’를 통보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의료기관 간 응급환자 이송을 조정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 그만큼 의료진 부족 등의 문제를 겪는 병원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진료 불가 병원 중 4곳을 포함해 19곳은 응급실에 코로나19 의심환자를 받을 음압병상이 없다. 대부분은 서울대병원처럼 공문을 띄울 시간도 없어 각 병원 담당자 단체채팅방에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한다.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인 A병원은 23일 오후 4시 30분부터 응급의료진이 부족해 중증외상 및 심정지 환자를 수용할 수 없게 됐다. 근처에서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로 크게 다친 환자가 발생하더라도 이곳에서 치료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상급종합병원인 B병원은 21일 복부 대동맥 외상으로 응급 수술이 필요한 환자, 담낭 질환 환자 등을 받을 수 없다고 공지했다. 공공의료기관인 C병원은 중환자실에 빈자리가 없어 24일부터 뇌출혈 응급 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응급실에서 진료 불가능 메시지를 띄우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 이달 들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 이른바 ‘병상 대란’ 상황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역당국이 24일 발표한 수도권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23일 오후 5시 기준)은 83.7%다. 현장에서는 병상 가동률이 80%를 넘으면 ‘완전 포화’ 상태로 본다. 이날 기준 코로나19 환자 837명이 병상 배정을 받지 못해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병상 부족 문제가 심화되자 정부는 이날 병상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여섯 번째 조치다. 이번 명령을 통해 환자용 병상 257개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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